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주식시장 격언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동화약품이 인수하는 미용 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 얘기다.
하이로닉 주가는 지난 9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식시장 개장에 앞서 동화약품이 하이로닉 지분 57.80%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초반 직전 종가 대비 25% 가량 급등한 1만640원에 거래됐다.
이날 오전 동화약품은 이진우 하이로닉 의장과 배우자인 이은숙 기타비상무이사의 보유주식 838만주 전량(1200억원 규모)과 하이로닉의 상환전환우선주 559만주(400억원 규모)를 총 1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하이로닉은 지난 6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이번 거래로 이 의장 부부는 경영권 프리미엄 540억원을 포함해 총 1200억원(주당 1만4400원)을 손에 쥐게 됐다.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만 120억원으로 이 돈은 이은숙 씨가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서 실행한 주식담보대출금 상환 등에 쓰였다.
최대주주로 동화약품이 들어오고 주식가치 또한 높이 평가받아 하이로닉 주주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면서 이날 하이로닉 종가는 직전거래일 대비 2.59% 하락한 82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환전환우선주(주당 7158원) 발행에 따른 지분희석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그 영향인지는 불분명하다. 이 의장 부부에게 흘러가는 구주 인수대금과 달리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시 400억원의 돈이 회사로 들어와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통주 전환시기는 3년 뒤인 2027년 12월 이후로 잡혀있다.
하이로닉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 건 꽤 오래됐다. 지난 2016년 6월 매각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아 "최대주주 등에게 거래 제안이 있었으나 타당성이 부족해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몇년간 뜸하던 매각설은 올해 6월 미래에셋벤처투자PE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로 주목을 끌더니 7월에는 동화약품이 전략적 투자자(SI)로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 때마다 하이로닉 주가는 1만원대를 찍었다.
하지만 뉴스의 힘은 잠시 뿐이었다. 하이로닉 주가는 슬금슬금 흘러내려 지난달 5일 이른바 '블랙먼데이' 때는 6450원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매각설 뉴스가 나왔을 때 주식을 산 투자자 입장에선 분통을 터뜨릴만한 가격대다.
동화약품의 인수 발표 이후 하이로닉 주가는 사흘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11일 현재 종가는 7220원으로 지난 9일 최고가(1만640원) 대비 32.1%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