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주민 공동시설을 공공에 개방한다는 조건으로 용적률 혜택을 받고도 막상 입주 후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는 시설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건축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행정지도가 가해진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주민 공동시설 개방운영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시 주택 조례에 따르면 100가구 이상 단지는 경로당, 어린이집 등 주민 공동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규제 완화 혜택을 받으려면 이 시설 일부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약속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 가운데 주민 공동시설을 개방하기로 한 단지는 총 31곳이다. 이중 서울 서초구 반포 소재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 등 2곳이 준공했다. 두 단지는 커뮤니티 시설 외부 개방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다 최근 개방했다.
착공 단계에 접어든 잠실진주 재건축(잠실래미안아이파크)과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디에이치 클래스트)도 주민 공동시설을 외부 개방하기로 했다. 제기4구역과 흑석11구역, 이문4구역 재개발도 시설 개방을 약속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소유인 기부채납 시설과 달리 주민 공동시설은 단지 소유지만, 규제를 완화해 줄 테니 외부인도 쓰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아크로리버파크는 2014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동간 거리 및 층고 제한 완화를 적용받았다.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북카페 등 15곳의 주민 공동시설을 개방하는 조건이었다. 2016년 입주했지만 1년 8개월이 지난 뒤에야 개방했다.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2017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규제 완화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입주하고도 미루다가 올해 6월에야 단계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개방 대상은 스카이커뮤니티를 비롯해 스터디카페, 지역창업센터 등 13곳이다.
이렇게 혜택을 받고도 입주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갈등이 커지자 서울시는 세부기준을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건축위원회 심의 시부터 사업 진행 단계별로 시설개방에 관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명시한다. 특별건축구역 지정 고시문과 분양계약서 등 공식 문서에도 기재해 시설개방을 확약받는다.
법적 근거도 강화한다. 조합이 시설개방 운영을 약속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도 이를 지켜야 한다고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또 주민공동시설의 운영권을 자치구에 위탁한다. 시설개방은 했지만 외부인에게 이용료를 비싸게 받아 사실상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행정지도를 통해 시설 개방을 유도해 나간다. 건축이행강제금 부과 및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재한다. 용도변경 등 각종 행위허가를 제한하고 모범단지 보조금 지원 등 각종 혜택에서 배제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주민공동시설 개방을 조건으로 동 간 거리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적용받은 후, 이를 어기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잘못"이라며 "주민공동시설 개방이 갈등 없이 잘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