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대출 옥죄기'다. 당장 불같이 뜨거워진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대증요법'을 택했다.
정부는 규제지역(현재 강남 3구, 용산구)뿐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주택구입 시 6개월 내 반드시 전입하도록 했다. 갭투자도 원천 차단된다.
생애 최초 주담대도 수도권은 LTV(담보인정비율)가 80%에서 70%로 줄고, 전입의무도 부과된다. 디딤돌대출, 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의 최대한도도 줄어들며 이미 주택이 있는 경우 추가적인 주담대가 불가능하다. ▷관련기사 : 수도권 주담대 6억 제한…서울 아파트 '영끌' 못한다, 유주택자 대출 받아 집 못산다…갭투자도 원천 차단(6월27일)

정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당장 내일(28일)부터 시행되는 즉각적인 조치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로 거래량이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불장이 꺼지기보다 대출한도 내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으로 수요나 집값 상승 흐름이 옮겨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종전의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하면서 대출금리 상승도 예상된다. 대출 총량 규제에 손쉽게 사용되는 것이 은행이 가산금리 높여 대출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출 한도는 줄어드는데 대출 금리는 높아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생애최초 주담대를 축소하고 서민이 이용하는 정책대출까지 규제에 포함하면서 외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문턱만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 잡을 수 있나…"급한 불 끄기"
이번 정책은 매우 강력하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막차 수요가 폭발할 시기를 주지 않고 즉각적으로 시행한 데다, 주담대 대출한도 자체를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정권 때 15억원 이상 주택 구매 시 주담대를 금지한 상황이 있었지만 영향이 일부에 그쳤던 반면, 이번엔 대출금액 자체를 제한했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시 대출 제한 등 조치보다 더하다", "상급지 문이 잠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예 틀어막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만 살 수 있게 하는 거라 오히려 합리적이다"라거나 이와 반대로 "능력이 있는데도 6억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니 오히려 고소득자들이 불리하다" 등 엇갈린 반응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거래량 축소 등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집 값 상승을 멈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대책과 맞물리지 않은 대출 규제만으로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조치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담대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막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히 차주의 상환능력, 담보가치를 중심으로 했던 종전 정책을 차주별 정량 대출 규제로 선회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를 능가하는 강력한 규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간을 주지 않은 전격적인 조치인 만큼 거래량은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가격 오름세가 둔화할 뿐 하락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전세 시장이 계속 움직이고 있고, 월세화가 진행되며 집을 사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있는 데다, 공급이 많지 않은 것은 변함이 없어 상승세 유지를 막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번 대출 규제는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급한 불은 끄겠지만 가격은 강보합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장기간 억제는 어렵다고 본다. 공급 확대까지 시간을 벌어보기 위한 정책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대출 막아 규제지역 확대한 효과
이번 대책은 당초 규제지역에만 적용되던 대출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은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공급부족이 큰 두 요인이다. 여기에 불안심리가 가세하며 불이 붙는다"면서 "금리는 조절할 수 없으니 대출 규제를 확대해 수도권 전반으로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는 효과를 보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수호 국토교통부 정책기금과장도 "정부는 주택시장 움직임에 높은 경계감을 갖고 안정을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며, 필요시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도 적극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대출 규제는 규제지역에 적용되는 대출 규제가 수도권까지 확대되는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확대에도 불구하고 풍선효과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함 랩장은 "상급지 갈아타기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남권과 한강 변 일대에 집중되는 현상은 일부 주춤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대출 한도와 맞물려 6억~8억원대에 매입이 가능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상승 기류가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90%에서 80%로 강화되고 기준금리 인하 추세가 맞물리면서 전세매물 부족, 전세가 상승, 월세화가 야기될 수 있어 실수요 목적의 주택 구입이 해당 지역에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도 줄고, 금리 오르면…내집마련은?
이번 정책은 디딤돌, 버팀목 대출 등 서민이 이용하는 실수요자 목적 대출의 규제까지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구입목적인 디딤돌 대출은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전세 목적의 버팀목 대출은 4000만~6000만원까지 줄어든다.
여기에 생애최초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무주택자나 자산규모가 작은 청년층 등에 더 불리한 정책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한도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실제 대출금리도 상향될 수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이지만, 대출 총량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대출금리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윤수민 위원은 "금융사들이 대출을 조일 방법은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높여 다른 은행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은행들이 비판을 받겠지만 총량을 줄이는 방법은 이것 외에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한도도 줄어드는데 대출 금리도 높아져 차후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