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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주민세는 왜 233% 올랐나

  • 2015.08.31(월) 16:41

 

주민세로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주민세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년에 한 번 납부하고, 가구당 1만원이 채 안되는 세금이다. 3000원을 내는 지역도 있고, 7000원을 내는 지역도 있다. 내는 세금이 적다보니 세(稅)부담 체감도 비교적 낮다. 그런데 이 작은 세금이 사람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너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주민세는 전국 각지에서 정말 크게 올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보다 두 배가 넘는 세금을 내기도 했다. 올해 주민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은 지역에서도 내년에는 대부분 주민세를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233% 인상'..'8월의 충격' 주민세 고지서

 

인천에 사는 A씨는 이달초 집으로 날아든 주민세 고지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해 4500원이던 주민세가 1만원으로 고지됐기 때문이다. 인상율은 120%에 이른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세금부담이 한 번에 120%로 두 배 이상 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법인세율이나 소득세율은 1%가 아니라 1%포인트만 인상되어도 여론의 뭇매를 맞거나 거센 조세저항에 부딪치기기 일쑤다.

 

충격적인 인상률의 주민세 고지서는 인천시에 사는 주민들에게만 날아든 것이 아니었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4800원이던 주민세가 올해는 1만원으로 둔갑했다.

 

시골 마을의 주민세 충격은 더 컸다. 경상북도 고령군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주민세 3000원을 납부했지만 올해는 1만원을 납부했다. 고령군의 주민세 인상률은 무려 233%다. 이웃한 칠곡군, 군위군, 성주군, 예천군, 의성군, 울릉군 등 경북 15개 시군에서도 3000원~4000원에서 1만원으로 세금부담이 수직상승했다.

 

# 올해 안 올랐어도 내년이면 오른다

 

올해 주민세를 올리지 않은 자치단체들은 내년에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도 시장군수협회는 지난달 말일 열린 총회에서 내년부터 주민세를 1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경기 남양주시는 올해 이미 4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했지만 내년에 1만원에 맞춘다는 계획이고, 다른 경기지역 자치단체 역시 올해 4000원~5000원 수준에서 걷은 주민세를 단계별 혹은 일시에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주민세를 인상하지 않고 동결한 충청남도지역 자치단체들도 내년에는 인상대열에 합류한다. 천안시, 아산시 등이 내년부터 1만원으로 주민세를 올리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중이이다. 서울시는 아직 인상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웃한 경기도가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등 전국적인 주민세 인상 러시의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부산광역시 홈페이지의 주민세 납부안내공지

 

# 20년 묵은 문제의 현실화?

 

올해 주민세를 인상했거나 내년부터 인상하려는 자치단체들은 대부분 16년에서 20년 가까이 주민세율에 변화가 없던 곳이다. 그동안 물가는 꾸준히 올랐는데 세금은 동결됐으니 이것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인상의 명분. 실제로 주민세는 1만원까지 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걷는 구조인데 전국 평균 실제 주민세율은 최고세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낮은 실효세율이 그동안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2012년 이후 국세수입이 연이어 펑크가 나면서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국세수입을 떼어 자치단체 복지예산을 지원하던 중앙정부가 세수입이 부족해지자 자치단체에게 국세를 주기 어려우니 지방세를 더 많이 걷으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정부가 주민세를 두배로 인상하고 최저한세율까지 두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서민증세' 여론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다. 대신 정부는 1만원인 최고세율에 가깝도록 주민세를 걷도록 압박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자치단체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방법으로 주민세 간접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주민세를 적게 걷으면 재정건전성을 위한 자체노력이 부족한 자치단체로 보고 지방교부금을 덜 주는 식이다.

 

# 회원 동의없이 회비를 233% 올리는 모임은 있을까

 

지난해 주민세 등을 인상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서민증세 논란 끝에 무산된 것과 관련해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주민세는 세금이 아닌 회비 성격으로 주민세 인상은 서민증세가 아니다"라는 말을 해 주목받았다.

 

실제 주민세는 동네 주민이기 때문에 내는 회비같은 세금으로 세금의 쓰임새도 지역의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다. 복지나 소방안전, 공공인프라 정비 등에 활용된다. 잘 살건 못 살건 개인들은 가구별로 개인균등 주민세를 내고, 사업장은 사업장대로 지역의 인프라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사업자분 주민세를, 법인은 법인균등 주민세를 낸다.

 

문제는 회비성격을 인정하더라도 수용하기 어려운 광폭의 '인상률'에 있다. 어떤 모임에서 회원동의도 없이 한 번에 무려 233%나 회비를 인상하는 경우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과거 부동산 재산세의 과표현실화 작업 때에도 한번에 현실화할 경우 세금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단점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인 인상안이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주택가격등락이 반영돼 재차 조정되기도 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지자체가 주민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내면에는 행자부가 국비를 삭감하겠다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자감세에 요지부동하면서 걷기 쉬운 주민세와 담배세 등에 치중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도 "재정자립도 조정이나 지방세의 기능복원 등의 구조적인 개선 없이 교부금을 볼모로 하여 지방세 부담을 급작스럽게 상향시키는 것은 지방재정 적자에 대한 책임을 서민층에게 떠 넘기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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