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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대리 수수료 완전자율경쟁…30년째 10만원 최저가

  • 2017.05.02(화) 08:00

1961년 세무사법 제정…정부가 상한선 제시
1999년 가격 자율화 후 수임료 경쟁 가속화

세무대리를 의뢰하는 납세자들은 세무사마다 다른 수수료 때문에 어디에 맡길지를 놓고 한번쯤 고민에 빠진다. 싼 곳을 선택하자니 미덥지 않고 비싼 곳은 손해 보는 것 같아서다.

 

세무대리 수수료가 처음부터 제각각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세무사를 찾아가도 수수료가 똑같던 시절이 있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세무사법이 처음 제정되던 1961년에는 정부가 세무대리의 가격 상한선을 정했다. 당시 세무사법 15조 2항에 "세무사는 재무부장관이 지정한 금액을 초과하여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규정을 뒀다. 이를 위반하면 세무사 등록을 취소하거나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초창기 세무대리 서비스는 시장경쟁보다 정부의 엄격한 규제하에 제공된 것이다.


세무사들은 납세자로부터 받는 보수를 세무사회가 자율로 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고 1989년 결실을 봤다. 그해 12월 개정된 세무사법에 "세무사는 재정경제원 장관의 승인을 얻은 금액을 초과하여 보수를 받지 못한다"고 보수 규정이 완화되면서 세무사회가 보수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만 세무사회가 만든 보수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에 세무사 개인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는 자율 경쟁 체제는 아니었다. 서비스 수준에 따라 보수를 더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무사 보수가 자율화된 것은 1999년 카르텔일괄정리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 때 세무사 뿐아니라 9개 전문자격사(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관세사 건축사 노무사 수의사 행정사 회계사)의 보수기준이 모두 폐지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문자격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수준에 의해 가격이 차별화되어 전문자격사가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세무사들 사이의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보수 수준은 하향 평준화했다.
기장료를 덤핑 가격에 제공하는 사무소가 등장하자 세무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중부지방세무사회는 2007년 5월부터 12월까지 '보수 제값받기 운동'의 일환으로 각종 세무대리 수수료가 기재된 '세무대리 보수표'를 제작했다. 2008년 2월에는 업무정화조사위원회를 개최해 저가로 세무대리를 수임한 세무사에 대해 제보를 받고 자체 시정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중부지방세무사회가 만든 자체 보수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폐기됐다. 공정위는 2009년 3월 "세무대리 보수는 개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인데 부당한 공동행위를 통해 특정지역 세무대리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 조치와 함께 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통해 세무대리 보수가 결정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무사 수임료는 완전 자율경쟁 체제다. 이런 이유로 수수료 수준이 수십년간 제자리여서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강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정모 세무사는 "기장료 최저가격이 30년 전하고 같은 10만원"이라며 "세무사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보수 최저한도를 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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