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서 열린 '차이나플라스(Chinaplas) 2024*'에 참가해 친환경·고부가 제품 기술력을 선보였습니다. 탈탄소화 시대를 맞아 친환경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데요. 아울러 최근 중국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제품 시장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 스페셜티 제품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기술력'을 내세우겠다는 거죠.
*차이나플라스는 세계 3대 및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라스틱·고무 전시회입니다. 올해 전시엔 글로벌 4400여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 방문객은 25만명에 달했습니다.
'600조 시장' 폐플라스틱 선점 치열
이번 전시의 화두는 '폐플라스틱'이었습니다. 폐플라스틱 관련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인데요.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쓰도록 법제화하는 한편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엔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주는 재활용 소재 사용 의무를 현재 15%에서 2030년 30%로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고, 한국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30%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입니다.
이에 폐플라스틱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입니다. 맥킨지는 2050년경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삼일PwC는 2027년 638억달러(82조47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올해 차이나플라스에서도 관련 제품과 기술들이 대거 소개됐습니다. 특히 SK케미칼의 '완결적 자원 순환 체계(Closed Loop)'가 고객사의 호평을 끌어냈습니다. 폐플라스틱을 분류·수거·재가공해 이를 플라스틱의 원료로 만들어 소재화·제품화로 이어지는 개념입니다. 폐기물 배출 없이 지속적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요. 모노머·폴리에스터(PET)·코폴리에스터 등 제품군을 전시하면서 폭넓은 순환 재활용 포트폴리오를 제안했습니다.
코오롱ENP는 이번 자리에서 친환경 제품브랜드 '에코(ECHO)'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주력하는 폴리옥시메틸렌(POM) 카테고리 내 △바이오 폐기물 원료를 사용한 '에코-B' △수소 원료로 생산한 '에코-E' 등 제품군을 전시했죠.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꾸린 LG화학은 땅에 묻으면 6개월 안에 자연 분해되는 고강도 생분해성플라스틱(PBAT)과 바이오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 열분해유 플라스틱 제품 등을 전시했습니다.
中 저가 공세, 기술로 누른다
SK지오센트릭도 차세대 고부가 화학제품 전시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차별화된 생산기술로 물성이 우수한 제품을 다수 선보였는데요.
재활용 종이포장과 친환경 캔코팅, 배터리용 소재 등에 사용되는 에틸렌 아크릴산(EAA)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2017년 미국과 스페인의 EAA 공장을 인수한 후 현재 중국에 3번째 공장을 건설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제품군입니다.
EAA를 생산하기 위해선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추격에도 비교적 안정권이라 수익성도 좋죠. 현 기준 EAA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글로벌 4개사뿐이고, 함량이 높은 고산성 EAA은 SK지오센트릭이 유일하게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국내 석화업계 내 친환경·고부가 흐름엔 최근 가속이 붙는 추세입니다. 불황의 늪에 빠진 터라 수익성 극대화가 최대 과제이기 때문인데요. 중장기 기술개발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게 업계 공통의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범용제품 자급률이 점차 높아지면서 대중 수출이 줄었고, 이에 관련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경쟁력이 크게 줄었다"며 "다만 친환경·고부가 등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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