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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법인세 꼭 올려야 하나요

  • 2017.11.27(월) 18:38

기업 측, 법인세 인상은 징벌적 과세
정부 측, 법인세 증세 소득재분배 효과

낙수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분수는 아래에서 위로 솟구친다.

 

낙수효과란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소득이 늘어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견해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랜들리 정책)

 

분수효과란 임금인상(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 투자로 이어져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 법인세율 다시 올리자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법인세 과세표준이 2000억원을 넘는 기업(2016년 기준 129개)에 대해 세율을 현행 22%에서 3% 포인트 오른 25%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더 걷어 들이는 세금은 2조5500억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초(超)대기업을 상대로 증세에 나선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법인세를 인하(25%→22%)하면서 내놓은 논리가 거짓이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면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생산활동에 투자할 것이고 이는 결국 서민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기업이 돈을 벌면 임금(직원)으로 배당(주주)으로 투자(협력사)로 혜택을 돌려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알고보니 기업들이 자기 곳간(사내 유보금)만 채운 거 아니냐, 이런 배신감에서 법인세를 올리자는 논의가 시작된 겁니다.

 

기업들이 알아서 돈을 풀겠거니 하는 선(善)의지에 기대지 말고 정부에서 직접 걷은 다음 나눠주면 훨씬 효과적이라는 조세의 순기능(소득 재분배 효과) 측면도 주목했죠. 


●법인세 인상 불필요한 이유
- 초 대기업들 이미 세금 많이 낸다
- 글로벌 경쟁기업보다 유효세율 높다
- 법인세 인하 흐름에 역행한다
- 현 법인세율 하에서도 법인세수 늘고 있다
- 세율 올려도 세수 늘어나는 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 법인세율 인상, 불합리하다


세 부담을 안게 되는 기업 쪽에서는 불만이 큽니다. ①지금도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②글로벌 경쟁업체보다 많이 낸다 ③외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이런 이유들입니다.

 


법인세는 지금도 초대기업들이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데 추가로 더 내라고 하는 건 징벌적인 과세라는 겁니다. 또 외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종 감면 제도로 세금을 줄여주고 명목세율도 낮춰주는데, 우리는 제 식구를 감싸주기는커녕 구박만 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주장입니다.

 

기업들의 주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인용)


①지난 5년 동안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수는 전체 법인수의 0.02%에 불과했지만 전체 당기순이익의 36.3%에 해당하는 실적을 기록했고, 전체 법인세의 49.2%를 부담해 왔다.

 

②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의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20.1%)는 애플(17.2%) 퀄컴(16.6%) TSMC(9.8%)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전자는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율 역시 83.1%로 가장 높았다. 반면 애플(44.2%) 인텔(57.6%) 퀄컴(42.7%) 등 미국 기업은 명목세율 대비 실제 부담하는 세 비중이 절반에 불과했다.

 

③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감세법안(현행 35%→20%)이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한미간 법인세 역전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 아베정부도 2018년 세제 개편에서 설비투자 및 임금인상 촉진을 위해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30%에서 25%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 법인세 인상, 불필요하다


기업 측은 또 법인세율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감정에도 호소해 봅니다. 현행 법인세율 내에서도 세금이 잘 걷히는데 굳이 세율까지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법인세는 지난해 52조1000억원이 걷혀 전년대비 15.8% 늘어난데 이어 올해 9월까지도 54조원(전년대비 15.1% 증가)이나 걷혔습니다. 또 올해 3분기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법인세 차감전)이 전년동기 대비 48.2% 늘어남에 따라 내년 법인세수 역시 올해 실적 호조를 반영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는 겁니다.

 

(이 논리는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거꾸로 세율을 올려도 된다는 반대 논리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 된다.)



☞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을 인상한다고 법인세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10년 간 법인세율을 올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6개국 가운데 포르투갈(-5.4%), 프랑스(-8.8%), 헝가리(-13.7%)의 경우 법인세수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거다. 하지만 어떤 요인에 의해 세수가 줄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 글로벌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35개 국가 중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상한 나라는 그리스 칠레 아이슬란드 멕시코 등 6개국에 불과합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재정여건이 악화하면서 궁여지책으로 올린 국가들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OECD 평균 최고법인세율은 22.7%인데 이는 2000년 30.2%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져 온 겁니다.  

 

한국도 법인세율은 계속 인하돼 왔는데요. 1991년 34%에 달했던 최고법인세율은 김영삼 정부 28%,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25% 등으로 낮아졌고, 이명박 정부 들어 현재의 세율(22%)이 됐습니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중 17위로 중간 수준입니다. 


☞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과세표준 2억원 초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또 2012년에는 과세표준 2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22%에서 20%로 추가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2012년 45조9000억원이던 법인세수는 기업 소득이 증가했지만 2013년 43조9000억원으로 2조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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