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새책]‘기업문화’ 없는 기업은 망한다

  • 2014.10.29(수) 16:09

외국계 기업 CEO 20인 공저 ‘기업문화가 답이다’

기업 문화는 조직의 '영혼'이다. 연봉이나 복지 혜택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직원의 생각과 행동에 깊이 침투해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기업 문화는 다 죽어가는 조직도 살린다. 지난 1993년 IBM은 160억 달러(16조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며 침몰 직전에 몰렸다. IBM은 최후의 카드로 루이스 거스너를 CEO로 세웠다. 그는 기업의 경영 전략, 비전, 문화를 전면적으로 뜯어 고쳤다. 그제야 옴짝달싹 못하던 공룡 기업 IBM이 활력을 찾았다. 루이스 거스너는 “문화는 모든 것이다.(Culture is everything)”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문화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실전이다. ‘어떤’ 기업 문화를 ‘어떻게’ 정착 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인 CEO들이 이런 고민을 담아 책(‘기업문화가 답이다’)을 펴냈다.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KCMC) 소속 회원사 중에서도 기업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는 기업의 CEO들이 나섰다.

 

▲ 황순하 UL 코리아 사장

안전규격 개발 및 인증기관인 UL코리아의 황순하 사장은 지난 2011년 회사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비전’과 ‘미션’부터 뜯어 고쳤다. 그는 우선 막내 사원부터 시작해 모든 직원들을 면담했다. 개인의 목표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등을 물었다. 직원들은 처음엔 당황스러워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진심을 내비쳤다.

 

이렇게 넉 달의 면담을 거쳐 황순하 사장은 UL코리아가 ‘함께’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아 발표했다. 비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감탄스러운, 가장 다니고 싶은 외국계 기업’으로, 미션은 ‘건강한 성장, 삶의 균형, 사회공헌’으로 삼았다.


휴렛팩커드(HP)의 핵심 가치는 인간존중과 믿음이다. HP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실천 강령을 만들고 5가지 행동 원칙을 세웠다. 제도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HP가 다른 점은 CEO부터 나서서 원칙을 실천하고 기업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사실이다.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고 경영진들은 파티에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고기를 서빙한다. 임원실은 벽을 없애고 파티션으로만 구분했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HP는 실적이 나빠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 HP 파티에서는 최고 경영진이 고기를 굽고 서빙한다.


종합물류기업 DHL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전 세계 10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슈퍼스타 선발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각 국가별로 예선을 치러 국가별로 3명을 선발한 후 이들의 공연 영상을 웹에 올려 전 세계 직원들의 투표를 거쳐 결선 진출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DHL의 캔 알렌 CEO는 직원들에게 “여러분은 지금 슈퍼스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동료를 ‘슈퍼스타’라고 생각하는 순간 존중하는 마음이 싹트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도 깊어진다.

 

이제 밥만 먹여줘도 감사해 하는 시절은 지났다. 직원들에게 월급봉투를 쥐어 주며 밥과 술을 배불리 먹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제대로 된 기업 문화 없이 경영자가 ‘내가 왕입네’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간 기업은 위태로워지기 마련이다.

 

회사에 불만이 생겼을 때 직원들은 떠나면 그만이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외국계 기업에서 핵심 가치로 상호 존중과 배려를 내세우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기업은 경영인이 지배하는 ‘왕국’이 아니라 전 직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터전’이라는 믿음이 출발선이다.


[지은이 권대욱, 김대중, 김범식, 김옥연, 김해동, 박세준, 박성원, 박영숙, 승수언, 신우성, 이강호, 이동수, 이동훈, 이보균, 채은미, 팽경인, 한병구, 함기호, 황문성, 황순하 등 20인/ 펴낸곳 워치북스/ 400쪽/ 1만6000원]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