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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진화]①온오프 허무는 '옴니채널'

  • 2014.12.03(수) 15:40

소비자 70%, 온오프 넘나드는 '크로스쇼퍼'
'쇼루밍과 전투'→'쇼루밍 끌어안기'로 선회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들이 매출부진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울렛을 제외하면 두드러진 신장세도 눈에 띄지 않는다. 고공행진하던 명품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백화점들은 고객을 끌어들일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부심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최근 백화점들이 실행하는 생존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2층에는 해외 직구(직접구매) 상품을 한데 모은 '비트윈' 매장 자리잡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직구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붙잡으려고 지난 9월 문을 연 매장이다.

지난 2일 오후 비트윈을 찾았을 때 3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영국의 '해리스 워프 런던'의 코트 한벌을 구입했다. '해리스 워프 런던'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럽을 다녀왔거나 해외직구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브랜드다. 가격은 우리돈 51만8000원(시즌오프 가격). 미국에 있는 직구몰에서 얼마전까지 480달러(우리돈 약 52만4000원)에 팔던 상품을 한국에선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최성은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는 "다른 상품들도 직구로 구매할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가격대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  직구매장 연 백화점

비트윈이 해외직구와 다른 점은 매장에서 의류나 신발을 직접 입어보고 신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직구수준의 가격에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매장 한켠에는 유럽 최대 직구몰인 '아소스(ASOS)' 상품을 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이 곳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15%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고객을 매장 안에 가두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곳에서 구매하도록 개방한 셈이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을 두지 않고 고객을 중심으로 쇼핑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옴니채널'이라고 한다. 해외에선 미국의 메이시스(Macy's)백화점이 옴니채널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매장에서 애플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애플페이'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이미지로 상품검색이 가능토록 하는 등 메이시스는 다른 백화점에선 보긴 힘든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8개 도시에서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아마존과 경쟁을 예고했다.

 

▲ 롯데백화점이 해외 직구족을 겨냥해 지난 9월 본점 2층에 마련한 '비트윈' 전경.

 

◇ 거스를 수 없는 변화

오프라인에 기반해 성장한 전통적 유통업체에게 매장에서 상품만 둘러보고 상품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고객들(쇼루밍족)은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인건비와 공과금, 인테리어비 등 매장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오프라인 매장이 내는데 그 열매는 온라인몰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를 보다 못한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매장에서 가격비교를 막으려고 고유 바코드를 도입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탓이다.

한국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리서치회사 칸타월드패널이 전국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소비자들의 67%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이른바 '크로스오버 쇼퍼'였다. 오세현 칸타월드패널 대표는 "이제 유통업체의 고민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떻게 쇼루머를 퇴치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이들을 사로잡을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 쇼루밍은 敵이 아니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쇼루밍족 끌어안기'다. 오프라인 매장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손으로 직접 만지고 눈으로 확인해 즉각적인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회사인 아마존이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것도 오프라인 매장이 소비자에게 주는 장점을 아마존 또한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때 쇼루밍과 전투에 매달리던 베스트바이도 지금은 쇼루밍 끌어안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스트바이는 온라인과 비교해 가격이 비싸면 차액을 보상해주고, 아마존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빠른 배송시간으로 쇼루밍 고객들의 환심을 샀다. 또 고객이 제품을 직접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려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전문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온라인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최근 매출감소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순이익이 급증하는 등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2012년 9월 취임한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인 허버트 졸리는 '쇼루밍을 사랑하자(love showrooming)'는 말로 회사를 변화시켰다고 한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

국내 백화점에도 옴니채널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초 비트윈 매장 2개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최근 본점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롯데닷컴을 통해 주문한 백화점상품을 고객이 직접 찾아갈 수 있는 픽업데스크를 마련했다. 포인트와 카드할인을 활용하면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오전 10시 전 주문하면 당일 곧바로 상품을 찾아갈 수도 있다. 온라인의 저렴한 가격과 즉시구매라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해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일부 상품에 한정돼있는 픽업서비스를 내년 3월까지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면 월평균 10배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비콘 체험하라더니…' 롯데의 과유불급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미래의 유통이라는 주제로 롯데와 GS가 체험부스를 열었다.

 

▲창조경제박람회에 마련된 롯데의 비콘 체험공간.

롯데는 옴니채널을 내세웠다. 비콘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하는 공간과 원하는 옷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 피팅룸을 마련했다. 부스입구에는 '비콘서비스 체험하고 경품 받아가세요'라며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안내팻말도 세웠다.

 

비콘은 스마트폰의 위치를 파악해 사용자가 일정구역 안에 들어오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송신기다. 이를 이용하면 매장을 지날 때 할인쿠폰이나 상품정보 등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롯데의 옴니채널은 행사 진행요원들만의 옴니채널에 그쳤다. 막상 앱을 내려받아 비콘서비스를 체험하려니 작동이 되지 않았다. 진행요원에게 이유를 묻자 "이곳엔 비콘 설치가 안돼있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진행요원 스마트폰에서만 임시방편으로 구동하도록 만든 뒤 마치 관람객 누구나 비콘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한 셈이다.

 

가상 피팅룸도 초보단계에 머물러있다는 인상을 줬다. 인근에 부스를 꾸린 GS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의상사진이 함께 움직이는 3D 피팅룸을 공개한 것과 달리 롯데는 평면적인 의상사진을 신체에 덮어씌운 듯한 2D 피팅룸을 선보였다. 두 곳의 가상피팅룸을 둘러보던 대학생 김정민(24) 씨는 "롯데 피팅룸은 과거 한참 유행하던 스티커사진 찍기와 다를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9월 임직원들에게 옴니채널 전략과 관련해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을 목표로 철저한 준비를 해나가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박람회 현장은 철저한 준비와는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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