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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답정너' 고용부, '파리바게뜨 문제' 잘못냈나

  • 2017.09.25(월) 16:34

고용부, 파리바게뜨에 불문곡직 '직접 고용'만 지시
업계 "산업 미칠 영향 고려없이 정답 강요" 주장

Q. 다음은 불법 파견 사례이다. 적절한 해결책을 고르시오.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본사는 업무협정을 맺은 11개 협력업체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제빵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협력업체와 가맹점주는 도급계약을 맺고, 협력업체와 제빵기사는 근로계약 관계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파리바게뜨 본사는 품질관리사(QSV)를 통해 제빵사의 출근시간 관리는 물론 업무를 지시·감독을 했다. 이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불법 파견이다.

 

①파리바게뜨 본사는 제빵기사를 모두 직접 고용한다.


최근 고용부가 파리바게뜨에 출제한 문제이다. 난이도는 높지 않다. 답이 정해져 있는 일지선다형이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요즘 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다. 그런데 문제를 푸는 파리바게뜨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출제자가 정해놓은 답은 있지만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①번은 오답이다. 고용부 지시대로 제빵사 5378명을 본사가 고용하면 연간 인건비가 6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금액이다.


고용부는 답을 빨리 내놓으라고 재촉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까지 답을 내놓지 않으면 사법 처리하고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엄포했다. 과태료는 고용 명령 대상 1인당 1000만원으로 총 538억원으로 추산된다. 파리바게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제빵사를 직접 고용해도 하지 않아도 치명타다.


파장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제빵사는 가맹점에서 가맹점주 지시대로 일하는데 이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제3자인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을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사용사업주 여부는 근무 장소가 아니라 지휘·명령 여부로 판단한다"며 "실제로 지휘·명령을 한 파리바게뜨가 사용사업주"라고 반박했다.

 

제조업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견법을 서비스산업인 프랜차이즈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상 교육·훈련을 넘어 인사·노무까지 직접 했기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고 원론을 앞세우고 있다.


고용부가 낸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고용부의 '답정너'식 출제 방식이다. 고용부는 일지선다형 문제를 내고 사실상 답을 강요하고 있다.

 

리바게뜨의 제빵사 불법파견 문제는 본사의 직접 고용이 아니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 ②가맹점주가 직접 제빵사를 고용한다 ③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되 본사가 제빵사에게 지휘와 명령을 내리지 않고 합법적으로 운영한다 등이다. 차라리 객관식보다 주관식에 적합한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사지선다형 객관식이거나 주관식이었다면 파리바게뜨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파리바게뜨 속은 모르겠지만 기자가 이 문제를 푼다면 ③을 찍을 생각이다. 현재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빵사를 운영하고 있다.

 

차이점은 본사가 제빵사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느냐 여부다. CJ푸드빌 주장에 따르면 뚜레쥬르 본사는 협력업체에 소속된 제빵사 업무에 개입하지 않는다. 파리바게뜨는 품질관리를 위한 교육과 가맹점 관리를 고용부가 과도하게 해석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파리바게뜨가 제빵사 업무에 아예 관여를 하지 않으면 적어도 불법파견 시비는 없어진다. 프랜차이즈 본사로선 품질관리 문제가 난제로 남겠지만, 이건 별개로 고민할 사안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았다. 왜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고용부가 정치논리로 답을 정해놓고 '답정너'로 갔든지, 파리바게뜨가 고용부 조사과정 때 진정성 있는 소명을 하지 않아 괘씸죄에 걸렸든지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최악이다."

 

▲ [사진 = 이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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