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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미룬 파리바게뜨 제빵사 고용…계산법은?

  • 2017.11.29(수) 15:30

SPC, 시정조치 적법성 가릴 '본안 소송'에 집중
가맹점주·협력사 당황‥"사태 지켜보겠다"

법원이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고용 문제를 다음으로 미뤘다. 파리바게뜨측이 제기한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다. 이에 따라 고용부와 파리바게뜨 등 이해관계자들의 계산법이 복잡해졌다.

◇ '각하' 의미가 뭘까


법원의 각하 결정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다음 달 5일까지 5300여 명의 제빵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만일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파리바게뜨는 고용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현재 예상되는 과태료는 약 530억원이다. 작년 파리바게뜨가 거둔 영업이익의 약 80% 규모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시정조치에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시정조치를 받아들이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시간이 없다. 다음달 5일까지 5300여 명에 달하는 제빵사들을 모두 직접고용하는 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폭탄을 맞게된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현재로서는 파리바게뜨가 쥐고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고용부의 시정조치에 대해 법으로 대응하는 수밖에는 없다. 법원이 파리바게뜨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은 제빵사 직접 고용 지시가 적법한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집행정지 신청 대상인지만을 판단했다. 그리고 "집행정지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파리바게뜨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이번 사안은 행정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적법성 여부는 다시 재판을 통해 명확히 가려라'라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가 법원의 각하 결정에 굳이 '항고'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이제 제빵사 직접고용의 적법성을 가리는 '본안 소송'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 SPC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는 법원의 판결문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 때문에 법원의 판결 직후 "즉시 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불과 3시간 여만에 "항고하지 않겠다"고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법원 판결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결로 앞으로 파리바게뜨가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졌다고 보고 있다. 일단 고용부의 시정조치를 따르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만큼 일단 과태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530억원 규모의 과태료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법 절차상 이를 받아들이고 이후를 도모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SPC는 현재 "본안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한 상태다. 고용부의 제빵사 직접 고용에 대한 적법성을 가리는 본게임인 '본안 소송'에 집중해 승소해야만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동시에 고용부가 부과한 과태료에 대해서도 취소 소송을 제기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SPC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지인 셈이다.

SPC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법원의 각하 결정으로 고용부의 시정조치가 유효하게 된 만큼 향후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현재 그룹 법무팀에서 이후 상황 준비를 위해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협력사도 당황

SPC는 고용부의 시정조치 명령 이후 SPC와 가맹점주, 협력사가 함께하는 '3자 합자사' 설립을 추진해왔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제빵사 파견 협력업체 11곳, 가맹점주가 공동으로 투자해 제빵사가 근무하는 법인을 만드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전국 5300여 명의 제빵사를 대상으로 3자합자회사 설명회가 진행하고 있었다. 이것이 가장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SPC가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한 것은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고용부의 시정조치 명령 이후 제빵사들을 일일이 만나 그들의 동의를 구하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제빵사들의 이해관계도 제각각이다. 이를 조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SPC는 시간 부족이라는 절벽으로 내몰렸다. 가맹점주들과 협력사들도 마찬가지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법원의 각하 결정으로 당황하고 있는 곳은 SPC뿐만이 아니다. 파리바게뜨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과 제빵사를 고용해 파리바게뜨 각 점포로 파견하고 있는 협력사들도 마찬가지다. 가맹점주 협의회 관계자는 "법원이 본사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법원에서 인용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가맹점주 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본사와 협력사가 어떻게 할 지를 지켜보겠지만 우리도 점포마다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논의 후 의견을 적극 개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제빵사의 상당수가 SPC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합자사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부 제빵사들은 직접고용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향후 사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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