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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 동력이라더니…잊혀진 '비건식품'

  • 2025.04.28(월) 15:56

코로나19 동안 성장했던 비건 식품 시장
만두, 라면 등 비건 내세운 제품 늘어
코로나 이후 불황 오면서 가격 단점 부각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코로나19 시기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던 '비건 푸드'가 이젠 더 이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비쌈에도 불구 맛도 떨어지는 편이어서 흥미 위주로 비건식을 접했던 소비자들이 대부분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비건' 카테고리에 얽매여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도 성장이 둔화된 이유로 꼽힌다.

차게 식은 비건 열풍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2년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는 '비건식'이었다. 이에 주요 식품 기업들은 잇따라 비건 전문 브랜드를 내놨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플랜테이블'을 선보이며 만두와 떡갈비, 미트볼 등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도 같은 해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와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을 연이어 론칭했다. 

식물성 식단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풀무원은 2020년 비건 인증을 받은 라면 '로스팅 정면'을 내놓은 데 이어 2022년엔 '식물성 지구식단'으로 비건 식품군을 확장했다. 동원F&B의 마이플랜트, 삼양식품의 '잭앤펄스', 농심의 '베지가든', 오뚜기의 '헬로베지' 등 내로라할 식품 기업들도 모두 비건식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편의점들도 잇따라 비건 김밥, 비건 도시락 등을 내놓으며 대세를 따랐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 변화/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불과 3년여 가 지난 현재 비건식품의 성장세는 여전히 부진하다. 농심은 2022년 문을 열었던 '비건 다이닝' 포리스트키친을 폐업했다. CU도 비건 간편식 브랜드 '채식주의'을 접은 지 오래다. 그나마 CJ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 풀무원의 지구식단 만두 등 등 만두류가 기존 제품들과 크게 이질감이 없다는 평가 덕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비건식품 시장의 정체는 국내의 일만이 아니다. 세계 1위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2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기업가치는 2021년 말 10조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5분의 1이 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루이스 해밀턴이 투자해 화제가 됐던 영국의 비건 버거 체인 '니트 버거'는 최근 폐업했다. '비건 트렌드'는 이미 끝났다는 의미다.

까다롭네

비건 트렌드가 길게 이어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탓이 크다. 외식 지출이 줄고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진 코로나19 시기엔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건강한 이미지인 비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장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비건식은 기존 제품보다 맛이 떨어지는데다, 가격도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비건 식품이 유행할 당시 여러 브랜드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비건 제품을 쏟아낸 것도 악수(惡手)가 됐다. 대체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콩 비린내나 물컹한 식감 등 품질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에서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해 제품을 내놓은 것이 패착이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푸드의 대안육 요리/사진 : 김지우 기자 zuzu@

가장 중요한 맛을 잡기보다는 대체육 기술을 자랑하는 것에 몰두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두부나 버섯, 채소나 나물류 등 자연스러운 비건식을 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육류를 중시하는 서양의 비건 트렌드에 따라 대체육만 강조했다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건식의 이미지를 '맛없는 대체육을 넣은 제품'이라고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에서 자리를 잡은 비건 제품들은 대체육과 무관한 것이 대다수다. 표고버섯과 새송이버섯, 부추 등으로 맛을 낸 풀무원의 식물성 만두가 대표적이다. 오트로 만든 대체음료의 경우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해지는 유당불내증 환자들에게 우유를 대신할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당불내증이 아니더라도 오트음료 특유의 진한 맛을 선호해 일부러 찾는 소비자도 많다. 

대체음료는 시장에 안착한 비건 식품의 좋은 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의 대체음료 매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업계 관계자는 "비건식을 식생활의 일부로 소개하기보다는 환경 보호나 동물 보호, 저탄소 등 친환경 메시지에 종속시키다 보니 소비자들이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비건식을 선택하는 게 꼭 육류를 배척하거나 다른 식생활을 거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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