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내내 마음 졸이며 봤던 독일전에서 경기 종료 6분 전 연속으로 골이 터졌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독일과의 경기라 더 기뻤던 승리였죠.
막판에 시원하게 열렸던 독일 골문처럼 유통가 매상도 시원하게 올랐습니다. 편의점 주류와 안주류의 매출은 2배 수준으로 올랐고, 프랜차이즈 치킨집, 홈쇼핑 업계도 매출 상승으로 월드컵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월드컵으로 울고 웃는 사이에 조용하게 지갑을 채운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국제축구연맹 FIFA입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으로 FIFA는 최대 6조 8천억원(61억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매출보다 1조 4천억원(13억 달러) 이상 많은 액수라고 합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총 64번의 경기가 열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한 경기당 1천억원을 넘게 벌어들이는 셈이죠.
그렇다면 FIFA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요?
이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바로 'TV 중계료'입니다. FIFA가 TV 중계료로 벌어들이는 돈은 약 4조 1백억원정도 인데요.
폭스나 소니 픽처스, ESPN 같은 대형 TV 방송사가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방영할 수 있는 권리를 따기 위해 FIFA에게 엄청난 금액을 지불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회사들도 이 중계권을 위해 몇십억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죠. 우리나라 지상파 3사 또한 이번 월드컵 중계권을 따기 위해 1천 2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V 중계료 만큼이나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은 마케팅. 바로 광고와 스폰서가 있습니다.
FIFA는 이번 월드컵으로 예상했던 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뒀는데요. 바로 글로벌 쩐주 '중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34억 명이 시청하는 경기장 안의 거대한 광고판에 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입니다. 그러나 2015년 불거진 FIFA 부패 스캔들 이후 꽤 많은 수의 기업들이 스폰서가 되기를 꺼려 했는데요. 이 틈을 노려 중국이 큰 손을 담당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중국은 총 광고료 2조 6천억원 중 30%(7천 800억원)가 넘는 광고비용을 지불했다고 하는데요. 총 20개 후원사 중 7곳이 중국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름마저 생소할 정도로 세계인들에게 듣보잡이었던 중국 기업들이 이번 월드컵 광고를 통한 인지도 향상으로 돈을 얼마나 벌어들일까 궁금해지네요.
세 번째로 FIFA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수익원은 라이선싱 사업과 티켓 판매입니다. FIFA의 이름을 가져다 쓰기 위해서 기업들은 FIFA에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FIFA 온라인'과 같은 게임. 이 게임을 만드는 업체는 FIFA에 거액의 로열티를 내고 FIFA의 이름을 사용해 게임을 제작합니다. 'FIFA'라는 이름값으로 버는 수익이 이렇게나 다양합니다.
경기장 티켓도 효자 역할을 합니다.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대부분의 티켓을 모두 판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티켓 판매만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두고 운영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두둑하게 주머니를 채우는 FIFA와는 달리 개최국이 얻는 수익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이번 월드컵에 러시아는 15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투자비용만큼 많은 수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있는데요.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경기장 등 스포츠 인프라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이 끝나면 이 시설들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현상을 맞게 되는데, 바로 이 현상을 ‘ 하얀 코끼리 현상’이라고 합니다. 당장은 관광객이 늘 수 있긴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비용 대비 투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월드컵이 개최국에 큰 경제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건 FIFA라지만 그래도 전 세계인의 축제를 어떻게 돈으로만 환산할 수 있을까요. 비록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은 아쉽게 좌절됐지만 모두가 함께 웃고 신나게 즐겼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던 월드컵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느낀 감동은 돈으로 따졌을 때 얼마쯤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