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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콕콕]BMW, 로망에서 폭망으로

  • 2018.08.10(금) 10:45

 

우수한 연비와 최적화된 가성비로 운전자들의 '로망'이라고 불리던 BMW 520d. 지난해에는 베스트셀링카, 국토부가 선정한 가장 안전한 차로 꼽히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호시절을 누리고 있던 BMW 520d가 급작스럽게 '폭망'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데요. 바로 연일 터지는 화재 사고 때문입니다.

 

시작은 2015년. 당시 처음으로 국내에서 BMW 차량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를 시작으로 한 달에 두세 번씩 비슷한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서 지금에 이르게 된건데요.

 

따져보면 올해만 해도 국내에서만 36대, 8월 초에만 벌써 8대가 불에 탔습니다. 그냥 화재 사고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많이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한국에서만 사고율이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문제가 된 520d 차종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많이 팔렸는데요. 의문점은 다른 나라에 판매된 것과 같은 차종에 같은 부품을 사용됐는데 도대체 왜 우리나라만 화재 사고가 빈번하냐는 겁니다.

 

화재 사고가 이어지고 논란이 점점 커지자 BMW는 지난 6일 공식 발표를 통해 입장을 냈습니다. BMW는 다른 나라에 판매된 차종의 부품에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또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전체 520d 차종의 30% 가량이 판매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화재가 많이 보고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하게 밝혀진 원인이 아니었기에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들지 못했죠.  

 

BMW가 밝힌 발화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의 냉각수 누수'입니다. EGR은 한마디로 자동차 배기가스를 한번 더 태워서 오염물질을 줄이는 장치인데,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한 겁니다. 경유, 디젤차 매연을 줄이기 위한 장치죠.

 

이 EGR은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의 일부를 식혀서 다시 엔진 연소실로 넣어 태우는 원리인데, BMW는 이 EGR을 냉각수 침전물이 막아서 과열로 화재가 났다고 설명합니다.

 

BMW에 따르면, 문제가 된 차량은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나와서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인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 EGR 바이패스 밸브가 오작동 되면서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침전물에 불이 붙게 된거라고 화재 원인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공식 사과 이후에도 연일 터지는 화재로 사태가 확산되자 'BMW 포비아'라는 신조어도 나타났습니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모르는데 화재는 연이어 발생하니까 공포를 느낀 사람들이 주차장에 BMW 주차를 거부하는 안내문을 붙이고, 도로에서는 의도적으로 BMW 차량을 피하기 시작하는 현상이 생기며 나온 단어입니다.

 

점점 확산하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올해 안에 원인을 밝힐 것이며, 화재 위험이 높은 BMW 차량을 대상으로 운행 정지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관까지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선만큼 이번엔 BMW가 받을 타격이 클 전망 입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검토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제조사가 고의성을 띠고 불법을 저질렀을 때 발생한 손해액보다 훨씬 큰 배상액을 물게하는 조치입니다.

 

BMW는 2016년부터 사고 위험성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적극적인 대처 없이 쉬쉬하며 해당 차종을 판매하고 있었죠. 이번 사태가 엄중한 만큼 설득력 없는 해명으로 BMW가 얼렁뚱땅 넘어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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