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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창이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

  • 2019.09.09(월) 08:28

해외 매출 1조 달성 교두보…호텔롯데 상장도 염두
독일 거버 하이네만과 2파전 예상…총력전 준비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롯데면세점이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문을 두드린다. 해외 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롯데는 현재 해외 시장 개척에 전력투구 중이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롯데의 외형 확대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롯데는 최근 태국 수완나폼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런 만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입찰은 중요하다. 창이공항 면세점에서 나오는 매출이 상당하다. 내년 해외 매출액 1조원을 목표하는 롯데면세점 입장에서는 중요한 한판 승부다. 상당 기간 입찰 준비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롯데·신라·거버 하이네만 3파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주류·담배 품목 독점 영업권 입찰엔 총 세 곳이 참여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 세계 6위인 독일의 거버 하이네만(Gebr. Heinemann) 등이다. 그동안 창이공항 면세점의 주류·담배 품목 독점 영업권은 미국 DFS가 가지고 있었다. DFS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40년간 이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장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다.

DFS가 연장 옵션을 포기한 이유는 싱가포르 정부가 주류 면세 기준을 기존 3ℓ에서 2ℓ로 축소하고 상품서비스세 면세 한도도 일부 축소 조정한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창이공항 측이 제시한 약 2800만 달러에 달하는 초기 계약금과 품목별로 매월 지급해야 하는 추가 임대료 등도 DFS가 연장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DFS가 운영 중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사진=창이국제공항그룹).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에 세계 1위 면세업체인 스위스의 듀프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듀프리는 이번 입찰에 불참을 선언했다. 듀프리의 불참은 곧 다른 업체들엔 기회다. 이에 따라 세계 2위 업체인 롯데와 3위인 신라, 6위인 거버 하이네만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업계에서도 이번 입찰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롯데는 최근 태국 수완나폼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국영기업 킹파워를 상대로 선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신라는 현재 창이공항 면세점의 화장품·향수 품목을 운영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주류·담배까지 석권한다는 계획이다. 거버 하이네만도 만만치 않다. 호주 시드니 공항 면세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꼭 가져가야 하는 이유

롯데는 이번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입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찌감치 TF를 구성해 입찰을 준비해왔다. 내부 분위기도 태국 수완나폼 공항 면세점 입찰 때와는 다르다. 태국 수완나폼 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에는 상대가 태국 국영기업인 킹파워였던 만큼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변을 노렸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롯데가 이처럼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의 주류·담배 품목 독점 영업사업은 연평균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사업이다. 롯데는 오는 2020년 해외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2400억원이었다. 올해는 7000억원이 목표다. 

단위 : 억원. *19년은 목표치.

올해 해외 매출 목표가 수직 상승한 것은 롯데가 올해 오픈한 호주와 뉴질랜드, 베트남 등의 공항 면세점 덕분이다. 롯데는 올해에만 총 6곳의 해외 면세점을 오픈했다. 연말에는 베트남 다낭 시내 면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롯데가 목표한 7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롯데가 창이국제공항까지 가져간다면 내년 1조원 목표 달성도 무난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장을 추진 중인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3.7%가 롯데면세점에서 나왔다. 롯데면세점의 실적에 따라 호텔롯데의 실적이 좌지우지된다는 의미다. 롯데면세점이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견조한 실적을 보여준다면 호텔롯데 상장 시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 낙찰 가능성은

업계에선 이번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은 롯데와 거버 하이네만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낙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신라면세점은 이미 창이국제공항에서 화장품·향수 품목을 운영하고 있다. 창이국제공항 입장에서는 화장품·향수에 이어 주류·담배까지 한 업체에 운영권을 주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물론 신라도 이번 입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2014년 창이국제공항 화장품·향수 품목 독점 운영권 입찰에서 롯데에 승리한 바 있다. 다만 창이국제공항이 신라엔 '약(藥)이자 독(毒)'인 것이 문제다. 신라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이 창이국제공항에서 나온다. 반면 손실도 크다. 신라는 창이국제공항에서 2015년 600억원대의 적자에 이어 작년에도 10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독일 거버 하이네만이 운영 중인 호주 시드니 공항 면세점(사진=거버 하이네만 오스트레일리아 홈페이지).

거버 하이네만은 당초 롯데나 신라와 비교해 규모나 운영 노하우 측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호주 시드니 공항 면세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거버 하이네만의 시드니 공항 면세점 운영은 오는 2022년 8월까지다. 창이국제공항은 세계 3대 공항 중 하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Top Tier)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도 내부적으로 거버 하이네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DFS가 40년 만에 철수한 것과 듀프리, CDFG, 리가르데르 등 글로벌 면세 업체들이 이번 입찰에 불참키로 한 것은 분명 롯데와 신라 등 국내 업체들엔 호재"라며 "하지만 창이국제공항 입장에서는 외부의 시선 등을 고려해 신라보다는 롯데와 거버 하이네만 중 한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입찰가를 얼마나 써냈는지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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