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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만 1.3조…면세점 진흙탕 경쟁 '명과 암'

  • 2019.10.17(목) 17:14

올해 상반기 면세점 매출 10조 돌파…영업이익률도↑
'대기업 쏠림·관광산업 경쟁력 저하' 부작용 우려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국내 면세점 매출이 꾸준히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주요 5개 대기업 면세점이 올해 상반기에 올린 매출만 10조원을 넘어섰다.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그간 문제점으로 꼽혔던 수익성도 점차 회복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면세점 업체들이 여전히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 의존하는 탓에 가이드 등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리베이트)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따이공은 당장 면세점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지적이다. 국내 면세점 업계에 대기업 쏠림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 상반기 주요 면세점 매출 10조원 돌파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롯데와 신라, 신세계, 두타, 현대백화점 등 주요 5개 대기업 면세점 매출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국내 전체 면세점의 연간 매출이 9조 2000억원가량이었음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면세점의 고공행진은 따이공의 영향이 크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사라지고 이 자리를 따이공이 대신하게 됐는데, 이들의 구매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따이공 위주의 매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의 증가가 면세점 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최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면세점이 가이드 등에게 리베이트로 지급한 액수는 1조 3181억원에 달했다. 매출 증가 규모만큼 리베이트 규모도 늘어난 셈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달리 주요 면세점의 수익성이 점차 회복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사드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2017년 영업이익률이 0.7%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3.7% 수준으로 회복됐고, 올해 상반기 5.2%로 올라섰다. 워낙 매출 규모가 커진 덕분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관광 경쟁력 저하 문제…"리베이트 경쟁 제한 필요"

다만 따이공 위주의 매출이 당장은 면세점 업체들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도 여전하다. 따이공 매출이 늘어날수록 한국을 관광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방한 목적은 주로 쇼핑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쇼핑은 한국을 관광지로 선택하는 요인 중 67.8%를 차지했다. 따이공을 통해 쇼핑을 할 수 있다면 굳이 한국으로 올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국내 면세시장의 대기업 쏠림현상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업체들이 낸 리베이트 중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지난 2015년 10% 수준에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결국 중소·중견 기업은 따이공 매출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명품 브랜드 입점이 어렵고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따이공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내 면세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대·중소기업 상생의 차원에서 과도한 송객수수료 경쟁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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