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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다던 면세점 이젠 찬바람만

  • 2019.11.20(수) 11:28

정부의 무리한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흥행 저조
롯데·신라·신세계 참여 안해…정부 스탠스 바뀔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가 국내 관광 활성화와 내수 확대를 위해 추진한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이 흥행에 실패했다. 업계에선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국내 면세점 시장 경쟁 가열 등으로 업체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는 분위기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한 정부의 시내면세점 확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두산과 한화가 잇따라 면세점 시장에서 철수한 만큼 기업들 역시 이 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점포 확대로 몸집을 불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시내면세점 5개 사업권 입찰…현대百만 참여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마감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 결과 총 5개의 사업권 중 4개가 유찰됐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서울에 신청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유일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두타면세점을 승계하기로 하면서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은 점포가 강남권에 한곳밖에 없어 강북권에 점포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면세점 확대로 국내 관광 산업과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면세점 추가 설치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편의를 제고해 한국 방문을 활성화하겠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발길을 끊은 데다 이미 시내면세점 시장이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 덕분에 주요 업체 중심으로 매출은 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정책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가 시내면세점 추가 계획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화가 지난 4월 면세점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고, 두산 역시 지난달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두산의 두타면세점 자리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들어서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의 면세점 점포는 오히려 한 곳 줄어든 결과가 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정부 '면세점 늘리기' 제동…기업도 수익성 제고에 집중

시장에서는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던 면세점 늘리기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지난 2015년 6월 서울 시내 면세점 두 곳에 대한 신규 특허 입찰전을 진행해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롯데와 신세계, HDC신라를 비롯해 현대와 한화 갤러리아, 이랜드, SK 등 유수의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며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1차 면세대전'이라고 칭했다.

이후에도 정부가 지속해 시내면세점을 늘려가면서 면세점 사업은 포화상태에 빠지게 됐다. 지난 2014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지난해 13개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입국장 면세점까지 생기면서 면세점 시장의 매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나 한화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사업자를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산업이 활성화하지는 않는다"라며 "정부도 이제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당분간 새로 시장에 진입하거나 시내면세점 점포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존 사업자의 경우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입찰 결과에 대해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자는 결국 대기업 일부 업체들 밖에 없음을 반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경쟁 구도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며 "업계 1위인 호텔롯데가 점유율 회복보다는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을 전향할 것으로 보여 무리한 알선수수료 경쟁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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