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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바뀐' 현대百, 인천공항 면세점도 노리나

  • 2020.01.10(금) 09:04

입찰 공고시 참여 여부 판단…기존 입장서 변화
인천공항 면세접 입찰 명분 충분…실탄이 관건

연초부터 면세점 업계가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이달 중순 예정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때문이다. 연 매출 1조원을 보장하는 만큼 면세점 업체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대백화점의 참여 여부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이 이번 입찰에 참여해 업계 판도에 변화를 줄지가 관심사다.

◇ 뉘앙스가 바뀌었다

작년 11월 현대백화점은 두산이 운영하던 두타면세점을 인수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은 강남과 강북 두 곳에 시내면세점을 보유하게 됐다. 면세점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사업이다. 매장수가 많을수록 구매 경쟁력이 높아진다. 현대백화점도 시내면세점 한 곳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실적이 이를 대변한다.

두타면세점을 인수하면서 현대백화점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기회를 잡았됐다. 동대문에 위치한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두타면세점을 인수할 당시 업계 관심은 현대백화점의 다음 행보였다. 시내면세점 두 곳을 확보한 만큼 다은 수순은 공항 면세점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마침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현대백화점이 두타면세점을 인수한 기세를 몰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부인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은 아직 시기 상조다. 일단 시내면세점에 집중하고 공항 면세점은 시기를 보겠다. 인천공항 면세점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대백화점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내부적으로 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두 달여 전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못 박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입찰 공고가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묘하게 가능성을 열어둔 뉘앙스다.

◇ 왜 인천공항 면세점인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면세점 업체들 간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이다. 이번 입찰 대상 구역들은 롯데(DF3), 신라(DF2·4·6), 신세계(DF7) 등 대기업 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시티플러스(DF10), 엔타스듀티프리(DF12) 등 중소기업 구역 3곳 등 총 8곳이다. 특히 대기업 구역인 5곳의 경우 알짜로 통한다. 작년 이곳에서 올린 매출만 1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현대백화점이 이들 구역에 들어간다면 단숨에 국내 면세점 업계 주요 플레이어로 급부상할 수 있다. 여기에 인천공항 면세점은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한다. 그런 만큼 면세점 업체로선 여기에 들어가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성할 경우 유명 브랜드 계약이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또 구매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외 진출 시 유리해진다.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했다. 특히 신라의 경우 운영하고 있는 3곳 모두가 이번 입찰 대상 구역들이다. 신라는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무엇보다 가장 매출이 높은 DF2(향수·화장품) 운영권은 놓쳐서는 안되는 구역이다. 롯데도 벼르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 일부를 반납한 터라,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이다. 최소 2곳은 따내겠다는 심산이다.

업계에선 만일 현대백화점이 이번 입찰에 참여한다면 1~2개 구역 정도에 집중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일단 인천공항 면세점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초반부터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현대백화점의 기업 문화상 과감한 베팅보다는 안전하고 확실한 곳에 효율적으로 진입하는 방향을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관건은 '실탄'

현대백화점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참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현대백화점이 과연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투여할 실탄이 넉넉한 지 여부가 중요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최고 입찰액을 써낸 곳에 운영권을 준다. 하지만 임대료가 높아 실질적으로 면세점 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업계 후발주자다. 따라서 이번 입찰에 참여한다면 높은 금액을 써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지키려는 신라와 되찾으려는 롯데가 경쟁자다. 신라나 롯데도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따라서 신라와 롯데도 높은 금액을 써낼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항하려면 현대백화점도 상당한 수준의 금액을 써내야 한다.

단위 : 억원.

문제는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매 분기 매출이 늘어나고 있고, 영업적자 규모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실탄을 지원받을 수는 있지만 설사 낙찰을 받는다고 해도 향후 운영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현대백화점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재무적인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입찰에 참여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를 두고 고심하는 눈치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할 명분은 충분히 있다"면서 "하지만 막대한 금액을 써내 낙찰을 받는다고 해도 이후 실익이 있을 것인가가 아마 가장 고민되는 부분일 것이다. 면세점 사업 특히 공항 면세점 사업의 경우 사업이 안착될 때까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를 감당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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