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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강남 신세계百 매출 2조원의 의미

  • 2020.01.15(수) 17:16

국내 백화점 점포 매출 1위 굳히기…'큰손' 잡았다
'고급화·대형화'에 집중…백화점의 새로운 생존법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연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국내에서 백화점 점포 한 곳의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건 강남점이 처음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연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함에 따라 일본의 이세탄, 프랑스 라파예트, 영국 해롯 등 세계적인 백화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면서 자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점포 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곳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부산센텀시티점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이중 롯데백화점 본점은 오랜 기간 점포 매출 1위를 기록하다가 최근 신세계 강남점에 자리를 넘겨줘야 했습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은 1조 80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신세계 강남점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중 신세계백화점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지난 2016년 진행한 신관 증축과 전관 리뉴얼입니다. 이를 통해 영업면적을 기존 1만 6800평에서 2만 6200평으로 늘렸다고 하는데요. 리뉴얼 전 해인 2015년 1조 3000억원이던 매출이 2018년에는 1조 8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인근 인프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점포의 인근에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비롯해 JW메리어트호텔, 센트럴시티 터미널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덕분에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60%가량 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의 입지에 맞춰 점포 대형화 등 최적의 전략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2017년 본사를 강남으로 이전하는 등 이 일대에 공을 들여온 신세계백화점의 '큰 그림'이 잘 짜 맞춰져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이 점포의 매출이 급상승한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최근 국내 백화점 업계의 큰 흐름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백화점의 매출 신장은 단연 '명품 군'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비 양극화라는 큰 흐름에 더해 2030세대 젊은 층 사이에서 이른바 '플렉스(FLEX)'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플렉스란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소비를 이르는 단어로 통용됩니다. 이런 흐름은 그간 주춤하던 백화점 업계에 다시금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를 명품이 차지했다고 합니다. 총 2조원의 매출 중 8000억원가량이 명품 매출로만 채워진 셈입니다. 신세계백화점 전점에서 명품 매출 비중이 1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입니다.

특히 이 점포에서 지난해 20~30대 소비자가 구매한 명품의 규모는 전년보다 49.2%나 늘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한국을 찾는 해외 명품 브랜드 CEO들이 한국과 아시아의 트렌드를 알아보기 위해 꼭 들르는 곳"이라며 "젊은 고객을 끌어와야 하는 명품 브랜드로서는 강남점이 최적의 장소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점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1위 탈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여행을 와서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휩쓴' 이들은 대부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명동이나 남산타워, 북촌 한옥마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전통적인 관광지가 모여 있는 강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명동 등 강북 지역에 위치한 백화점이나 면세점의 실적도 덩달아 올라갔고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자취를 감췄고, 대신 개인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유커에 비해서 전체 소비 규모는 크지 않지만 '큰손'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큰손'들은 강북에만 머무르지 않고 강남을 찾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이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월 강남점에 면세점을 오픈한 이후 외국인 매출은 1년 반 만에 90% 이상 신장했다고 합니다. 구매  고객수는 50% 증가했고요.

특히 명품군에서 외국인 매출은 면세점 오픈 전보다 200% 늘었고, 럭셔리 워치의 경우는 600%까지 신장했다고 합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 중 '큰손'들이 이 점포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한 중국회사 임직원 5000여 명이 우리나라로 인센티브 관광을 오면서 사드 보복 기류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유통가에 감돌았는데요. 이들은 역시나 명동 일대 면세점 등을 찾아 쇼핑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가 면세점이나 백화점 등 유통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흐름에 따라 백화점 업계는 점차 대형화, 고급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2018년 말부터 소공동 본점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잠실점과 부산본점도 재단장을 할 계획입니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강남점에 최고급 리빙 편집숍인 '더코란샵'을 들여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하반기쯤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압구정점의 경우 에르메스 매장을 아예 복층 형태로 구성해 영업면적을 두 배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기로 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백화점 업계의 새로운 생존전략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이런 흐름을 재빠르게 읽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요. 물론 경쟁사들도 앞다투어 진화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백화점 업계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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