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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정유경 총괄사장, 자사주 산 까닭

  • 2020.02.10(월) 11:14

4년 만에 자사주 매입…신세계 지분율 10.34%로 높여
지배력 공고화…정용진 부회장 자사주 매입 과정과 동일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입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분을 늘려 해당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스처입니다. '내가 이만큼 우리 회사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죠.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입 시 해당 기업에서 내놓는 단골 멘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출입기자 입장에서는 이런 팩트가 툭 튀어나오면 무척 고민스럽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이유 중 어느 것일까를 찾아내야 해서입니다. 진짜로 해당 기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책임경영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 이면에 숨은 '저의(底意)'가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지난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자사주 매입을 보면서 일주일 내내 고민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건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4년 만의 자사주 매입이어서입니다. 지난 2016년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서로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했습니다. 이후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부문과 관련된 지분만 소유하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남매 경영'이 시작된 것이 이때부터입니다. 

그랬던 정 총괄사장이 불쑥 4년 만에 신세계 지분을 늘린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주가 하락에 따른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신세계의 지난달 32만 4000원까지 올랐던 것이 현재는 2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니 오너 일가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지분을 매입해 주가를 부양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진짜일까?'라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입니다. 이럴 때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뒤져보는 일이 우선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는 각 기업의 다양한 정보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숫자로 기업의 속내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하지만 워낙 말도 어렵고 구조도 복잡해 찬찬히 뜯어보지 않으면 숨겨진 뜻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기업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전자공시시스템을 자주 봅니다. 그 속에 숨은 기업의 속내를 알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자들은 대충 지나칩니다. 숫자들이 친절하지 않은 데다 기초지식이 없으면 분석하기가 쉽지 않아서입니다. 저도 그 많은 기자들 중 하나입니다. 가끔 공시에 숨은 뜻을 찾아내 '특종'을 하는 기자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부러운 것은 물론입니다.

아무튼 정 총괄사장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다시 한번 찬찬히 훑어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가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공시를 찾아보니 정 총괄사장은 작년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4.2%를 총 665억원 규모에 매각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 총괄사장은 이번에 신세계 지분 0.51%를 약 137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아마도 작년에 매각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매각 대금이 이번에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업계 등에서는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매각을 두고 향후 승계 자금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승계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넘길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따라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주식 매입, 매각은 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 총괄사장은 이번 신세계 지분 매입으로 신세계 지분율이 종전 9.8%에서 10.34%로 높아졌습니다. 여전히 신세계의 최대주주는 18.22%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장입니다. 정 총괄사장은 이 회장,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입니다. 순서는 똑같습니다. 다만 지분율이 늘어났을 뿐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정 총괄사장의 지분율입니다. 왜 하필 10.34%였을까 입니다.

힌트는 오빠인 정 부회장에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작년 4월 이마트 주식 14만 주를 241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이때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종전 9.83%에서 10.33%로 늘어나게 됩니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 주식 매입은 최근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 주식을 매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2016년 상호 지분 교환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자사주 매입이었습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자사주 매입 과정과 매입 이후 지분율이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매입할 당시 이마트의 주가가 하락세였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 매입에 대해 "이마트 주가 하락에 따른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오너 일가의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할 적기입니다. 싼값에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어서입니다. 물론 책임경영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즉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주들에게는 책임 경영을 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더불어 지분율을 높여 자신들의 체제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정 총괄사장의 자사주 매입도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신세계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최대주주는 이 회장, 2대 주주는 정 부회장입니다. 반면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의 3대 주주입니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대비 차원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정 총괄사장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신세계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원은 정 총괄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이 유력해 보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는 신세계로 45.7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 총괄사장은 15.14%로, 12.90%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앞섭니다. 신세계와 달리 정 총괄사장이 2대 주주입니다.

만일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모두 매각해 신세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해도 신세계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신세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게 되면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겁니다. 여기에 어머니인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승계하게 되면 신세계는 확실히 정 총괄사장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 총괄사장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지만 사실 속내는 신세계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더욱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승계를 대비해 낮은 주가에 지분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좀 더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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