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승계작업이 본격화됐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였던 이명희 회장이 지분 일부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그동안 모친의 영향력 아래에서 경영을 지휘하던 두 남매는 이제 각각 최대주주로서 책임이 더 강화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중 각각 8.22%를 ㈜이마트 지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증여한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증여로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높아지면서 각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명희 회장의 보유 지분은 ㈜이마트 18.22%, ㈜신세계 18.22%에서 각각 10.00%로 낮아졌다.
그동안 이 회장이 양사의 1대 주주였지만 경영 전반에 나서는 것은 두 남매였다. 정 부회장은 소통형, 정 총괄사장은 은둔형으로 각자의 개성도 뚜렷했다. 두 남매는 2016년 각자 보유했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한 뒤 서로 간섭 없이 각자 회사를 경영해 왔다.
이번 증여로 두 남매의 각자 경영이 더 강화되면서 개성이 뚜렷해 질 전망이다. 사실상 계열분리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번 증여로 두 남매가 납부할 증여세 규모는 약 30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과세하기 위한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한 결과다.
증여세를 놓고 보면 이번 증여 시기는 정 부회장에게는 다소 아쉽고, 정 총괄사장에게는 적기다. 두 회사의 주가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주가는 코로나 19 이후 올랐고, ㈜신세계는 떨어졌다.
공시일 기준 주가를 적용하면 이마트 증여 주식은 3244억 원, 신세계 증여주식은 1688억 원 규모로 총 4932억 원 수준이다. 할증 20%를 적용할 경우 정 부회장의 증여액은 3892억 원, 정 총괄부사장의 증여액은 2025억 원이 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 금액이 30억 원이 넘으면 최고 세율은 50%다. 이를 적용하면 정 부회장의 납부세액은 1946억 원이 된다. 정 총괄사장의 납부세액은 1012억 원이다. 여기에 30억 원 이상일 때 적용받는 누진공제를 제외하면 각각 1941억 원, 1007억 원이 최종 납부세액이 된다.
하지만 향후 두 달간 주가 변동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은 바뀔 수 있다. 증여세는 최장 5년 분할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두 남매의 부담이 크지는 않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각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