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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지방 '0' 마가린, 마음 놓고 먹어도 될까요

  • 2022.05.01(일) 10:05

[食스토리]버터는 동물성, 마가린은 식물성 유지
버터 vs 마가린, 여전히 논쟁 중
"식품 유형 꼼꼼하게 확인해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마트에서 버터를 고르다 보면 함께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있습니다. 마가린인데요. 가격은 훨씬 저렴하지만, 선뜻 구매하기엔 망설여집니다. 마가린은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인데요. 궁금해졌습니다. 마가린은 정말 몸에 좋지 않을까요. 마가린은 왜 저렴한 걸까요. 또 버터와 마가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버터는 인류가 최초로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1만년 전부터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마가린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19세기 잇단 전쟁으로 버터가 부족해지자 나폴레옹 3세는 군사들을 기름지게 먹일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하는데요. 이에 프랑스 화학자 메주 무리에는 저렴하면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버터 대체품, 마가린을 개발합니다.

마가린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버터는 원유·우유류 등에서 나온 '동물성' 기름을 사용해 만들죠. 마가린의 원료는 콩유, 옥수수유 등 '식물성' 기름이고요. 하지만 식물성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변질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때 찾아낸 방법이 수소화 과정을 통해 분자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하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줄고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액체 상태였던 식물성 기름은 마가린과 같은 반고체 상태로 바뀝니다. 유통기간이 늘어난 데다 먹기도 더욱 편해진 셈이죠. 식물성 기름으로 만드는 만큼 원가도 크게 줄었고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버터는 동물성 유지로, 마가린은 식물성 유지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공전에 따르면 버터는 유가공품으로, 마가린은 식용유지류로 분류돼 있고요. 버터는 서울우유 등 유제품 제조업체가, 마가린은 오뚜기 등 종합식품업체가 만들고 있죠.

그런데 1990년대 마가린을 수소화 과정에서 생기는 트랜스지방산이 문제로 떠오릅니다. 트랜스지방산 섭취가 심장혈관질환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인데요.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23년까지 식품에서 모든 트랜스지방산을 퇴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트랜스지방산 함량이 높은 마가린도 식탁에서 퇴출당하기 시작했고요.

다행히 요즘 나오는 마가린에는 트랜스지방산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고 합니다. 마가린 제조업체들은 트랜스지방산이 없는 마가린 개발에 나선 것이죠. 수소 대신 효소를 활용하는 공법도 나왔고요. 다만 표기상 트랜스지방산 함량이 '0'이라고 해서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트랜스지방산이 0.2g보다 적게 들어가면 0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영양성분을 살펴봐도 버터와 마가린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서울우유의 버터와 오뚜기의 마가린을 직접 비교했는데요. 두 제품의 열량과 지방 함량은 비슷했습니다. 식물성 지방인 마가린은 동물성 지방인 버터보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았고요. 버터에는 유제품에 존재하는 천연 트랜스지방산, 탄수화물, 단백질 등이 소량 들어있습니다. 제조 시 소금을 첨가하는 마가린은 나트륨 함량이 높네요.

버터인 듯, 버터 아닌, 버터 같은 '마가린' 제품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사실 마가린과 버터 중 어떤 기름이 더 건강에 좋은지는 여전히 세계적인 논쟁거리입니다. 영양성분표만 보면 마가린이 더 건강에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 효소로 만든 마가린이 버터보다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마가린은 버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죠. 버터의 맛과 향, 색을 내기 위해 여러 식품첨가물을 포함하고요. 100% 유크림으로 만드는 버터와 달리 유화제, 보존료, 산화방지제 등도 추가합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공법으로 만든 마가린의 경우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방 섭취와 심장혈관질환 발병률의 상관관계 등 관련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설명인데요. 트랜스지방산 역시 처음 개발 당시에는 건강에 좋은 지방으로 알려졌었죠.

특히 요즘에는 국내에 수입되는 버터와 마가린의 종류가 늘고 있는데요. 제품명이 영어로 표기된 외국산 제품의 경우 좀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버터처럼 보이지만 버터가 아닌 제품이 많거든요. '버터가 아니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I can't believe it's not butter)', '식물로 만든 버터 스틱(Butter sticks made from plants)', '버터 같은(Buttery)' 등과 같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문구도 있습니다. 구매 전 제품 뒷면에 부착된 식품 유형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버터와 마가린 특유의 고소한 풍미는 중독성이 강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짙은 향을 풍기는 길거리 토스트의 냄새를 지나치지 못한 경험이 있을 건데요. 다만 적절한 양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지방은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지만 각종 성인병의 주범이기도 하니까요.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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