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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해명? 아니면 반성?

  • 2015.11.03(화) 16:10

가계부채 심각한 선진국의 금리 인하 배경 분석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기엔 부적절한 측면 많아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도 작년 이후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린 한국은행이 해명 내지는 반성문 성격의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더 높은 선진국들이 작년 하반기 이후 줄줄이 기준금리를 내린 사례를 소개했다. 그 배경으론 채무 상환능력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거시 건전성 강화 조치 등을 꼽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기엔 부적절한 측면이 많다는 점이다.  

◇ 가계부채 심각한데 줄줄이 금리 인하

한국은행은 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처럼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이 작년 하반기 이후 줄줄이 정책금리를 내린 사실을 소개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164%)보다 높은 덴마크(310%)와 네덜란드(282%), 노르웨이(215%), 스위스(197%), 호주(188%), 스웨덴(172%) 등을 사례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우선 디플레이션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물가상승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정책금리 인하로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덴마크와 스위스, 스웨덴의 경우 2013년 중반 이후 물가상승률이 0% 내외에 그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도 이유로 제시했다. 올 3월 ECB의 양적완화를 앞두고 자본유입이 늘면서 통화가치 절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책금리 인하에 나섰다는 얘기다.

 



◇ 양호한 채무 상환능력 공통 배경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 폭이 축소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고, 채무 상환능력이 양호하다는 점도 공통된 배경으로 꼽았다.

실제로 덴마크는 2012년 이후 가계부채 총량이 줄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했고,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상승세가 주춤했다.

또 노르웨이와 스웨덴, 호주 등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 Debt Service Ratio)이 10%를 밑돌면서 채무 상환능력이 양호했다. 스위스와 스웨덴, 호주 등은 가계 저축률이 높은 가운데 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아울러 은퇴계층의 높은 연금소득과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자 비중, 안정적인 금융시스템과 거시 건전성 강화 조치도 정책금리 인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부적절?

역설적이게도 한국은행이 제시한 잣대를 적용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디플레이션이나 통화가치 절상 압력 등 거시 경제적 상황은 비슷하다.

반면 가계부채 문제만 떼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선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총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었다. 1999~2014년 1분기까지 가계부채의 연평균 증가율은 12.7%에 달해 명목 경제성장률인 7%를 크게 웃돌았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2년 83.8%에서 작년 말엔 87.2%로 올랐다. DSR은 2010년 16%에서 작년엔 21.5%로 껑충 뛰었다. 대출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20% 이상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스웨덴(4.6%)이나 노르웨이(8.8%), 호주(8.9%)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은퇴계층의 낮은 연금소득과 높은 자영업자 비중은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부동산 대출 규제를 오히려 없앴다는 점도 대비된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역시 외형상 지표는 괜찮지만, 금리가 오르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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