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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은행원, 어이쿠 내 월급!

  • 2015.11.05(목) 18:09

정부, 은행 '고임금·호봉제' 개선 연일 주문

 

근속연수 18년. 연평균 급여 1억 원. 시간만 지나면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

요즘 금융권에선 은행원들의 월급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일을 안 해도 급여가 오르고, 게다가 억대 연봉까지 받는다는 지적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직접 은행원들의 임금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5일에는 세미나도 열렸습니다. 도대체 은행원들이 월급이 어떻기에 그럴까요?

 


◇ 남자 은행원 평균 연봉 1억 원

금융연구원이 5일 개최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선 은행을 비롯한 금융 산업 임금체계가 샅샅이 파헤쳐졌습니다. 내용을 보면 금융사들은 '신의 직장'의 면모를 갖춘 듯합니다. 은행원들은 돈도 많이 받고, 쉽게 잘리지도 않았습니다.

지난해 7개 시중은행 직원들은 연평균 79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남성 직원만 따져보면 급여가 1억 원을 넘어섭니다. 근속연수는 평균 15.2년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전체 산업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금융권의 임금은 2006년 129.7%에서 지난해엔 139.4%로 올랐습니다. 평균으로 따져보면 고임금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겁니다. 근속연수 10년 이상 종사자의 비율은 47.8%로 전체 산업의 31.6%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 자료=금융연구원



◇ 연차 오르면 연봉도 오르는 '호봉제'

은행의 급여체계는 호봉제에 가깝습니다. 금융사들도 성과급제도를 도입하긴 했지만, 평가 결과가 급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의 기본급 임금체계는 호봉급 비중이 지배적(63.7%)입니다. 직능급(36.6%)이나 직무급(35.1%)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성과급도 개별성과급 제도가 아닌 집단성과급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호봉제에서도 고과에 따라 차등해 호봉이 올라가는 경우는 25%에 불과합니다.

 

▲ 금융권 임금체계 추이. (자료=금융연구원)


◇ 수익성 떨어지고, 직원 생산성도 낮아져

은행원이 돈을 많이 받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게다가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면 돈도 많이 받는 게 당연한데 이걸 왜 비판하느냐고요?

비판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일단 저성장 기조로 은행산업 역시 어려움에 부닥쳐 수익이 예전만 못합니다. 국내 은행의 2013년 당기순이익은 3조 9000억 원으로 2012년보다 55.3%나 줄었습니다.

시중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2012년 8327만 원이었다가, 지난해에는 6616만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핀테크 활성화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으로 '경쟁 상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들의 이런 호봉제 탓에 돈만 많이 받고 열심히 하지 않는 '보신주의'에 빠져있다는 겁니다.


◇ 민간 금융회사 연봉 공개 논의, 왜?

점점 돈을 못 버는데, 임금은 올라가고 있으니 금융회사의 고민이 클 듯합니다. 금융회사 내부에서도 이런 임금 구조를 고쳐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사기업인 은행이 각 사의 노조와 얘기해야 할 일이 왜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느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임금 체계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있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정부까지 나서서 은행 임금체계 개선을 주문하기까지 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한 조찬행사에서 "금융권에 남은 개혁 과제는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라고 했고, 앞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관련 기사 : [POST]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전 얘기


◇ 개혁 과제, 다루기 쉬운 금융권부터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언급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4대 개혁(공공, 노동, 교육, 금융) 중 금융개혁을 본격 추진하면서, 박 대통령은 금융권의 '보신주의 타파'를 여러 번 외쳤습니다.

이어 최경환 부총리는 '금융개혁'에 '노동개혁'까지 얹어서, 은행권의 강한 노조 문제와 고임금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4시에 문 닫는 은행' 발언도 이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관련 기사 : [POST]은행원이 최부총리께 드리는 편지

 


이후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 과제에서 금융사의 임금체계 문제가 떠오른 겁니다. 임종룡 위원장과 진웅섭 원장이 나선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 "정부가 은행원 비판 여론 조장"

문제는 정부의 이런 식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금융권 임금 체계 개편과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은행들은 정부의 입김에 못 이긴 듯 "청년일자리 마련을 위해 경영진의 임금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직원들에게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아닙니다.

정부가 은행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은행원들은 "일부 직원이 하는 일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합니다. 매일 밤 10시가 돼야 퇴근하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은행원은 "금융산업 낙후의 가장 큰 원인은 낙하산 인사 등 정부의 '관치' 아닌가"라며 "정부가 개혁을 한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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