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년간 잠재 투자수요를 파악한 뒤 매각 방안과 일정을 발표하는 만큼 성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매각을 주관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국내외에서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51.06%) 중 30%의 지분을 4~8%씩 나눠 팔아 과점주주 체계를 만든 뒤, 이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지배구조 방안을 내놨다. 예금보험공사가 21%의 지분으로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지만,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 4~8%씩 쪼개 팔기…과점주주 지배구조
금융위원회 산하 공자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을 의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의 잠재 투자수요를 확인했다"며 "민영화의 결정을 공자위가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30%의 지분을 여러 투자자에게 나눠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다.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4~8%씩의 지분을 각 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이들이 과점주주 형태로 경영에 참여하도록 한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번 실패한 뒤 지난해 7월 이런 방안을 내놨다.
공자위는 이후 1년간 구체적인 매각 방식과 일정을 논의하고 잠재수요를 파악한 끝에 이번에 최종 방안을 내놨다. 공자위는 "과점주주 매각 방안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현실적이라는 인식에 따라 세부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과점주주의 지분이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21%)보다 많은 구조를 만든 뒤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추후 남은 정부 지분을 추가 매각할 계획이다.
◇ 24일 매각 공고…낙찰자 사외이사 추천권
공자위는 우선 오는 24일 매각공고를 내고 다음 달 23일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다. 이후 11월 중 입찰을 마감한 뒤 낙찰자를 선정,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새로운 사외이사도 연내 선임한다.
각 투자자가 살 수 있는 물량은 4%에서 8%까지이며, 입찰가격 순으로 낙찰자를 결정한다. 다만 공자위는 과점주주 매각의 특수성을 고려해 비가격요소도 일부 반영할 계획이다. 일부 컨소시엄도 참여할 수 있다.
낙찰자는 1인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고, 컨소시엄의 경우 구성원 중 4% 이상의 지분을 가진 1인에게만 추천권을 준다. 투자자가 많은 물량을 입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물량에 따라 추천 사외이사 임기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공자위는 "국내외 은행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10% 수준인 과점주주 지배구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매각을 통해 사외이사 1석을 추천하는 과점주주들에게는 적극적인 경영 참여 기회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예보 최대주주 유지 "자율 경영 보장"
이번 매각이 성사하면 우리은행 민영화는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게 된다. 법적으로는 예보가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하지만, 과점주주 주도의 경영이 이뤄지면 실질적인 민영화가 달성되는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차기 행장 선임 역시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매각이 성공하면 공자위 의결을 거쳐 예보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즉시 해지할 계획이다. 다만 예보는 잔여지분 관리 업무 수행을 위해 비상무이사 추천 근거를 마련한다.
이번 매각 예정 가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공자위는 "입찰 마감 직전에 공자위 회의를 개최해 가격을 설정할 예정"이라며 "당일 종가, 주가 흐름, 실사 결과, 공적자금 회수 규모 같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