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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신제윤만‥이번엔 임종룡·이광구 둘다 웃을까?

  • 2016.08.23(화) 15:55

[인사이드 스토리]분리 매각으로 팔다리 잘린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최적 대안...이광구 은행장 연임도 청신호

지난 2013년엔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만 웃었습니다. 이번 5차 우리은행 매각에선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모두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모두 이번엔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남다릅니다. 이런 의지는 매각 방안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사안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매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여지도 남겨뒀고요.

무엇보다 매각에 적극적이던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우리은행이 전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그림이 그려지면서 은행 임직원들도 과거와 달리 쌍수들어 환영하고 있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2012년 3차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실패한 후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의 분리매각을 추진했습니다. 기존 일괄매각 대신 지방은행(경남은행과 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현재 NH투자증권) 패키지, 우리은행을 따로따로 팔았던 건데요. 우리금융의 몸집을 가볍게 만들면 민영화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우투 패키지와 지방은행이 팔리면서 우리금융의 몸집은 가벼워졌죠.

정부는 자축했습니다. 2001년 마지막 공적자금 투입(옛 평화은행) 이후 15년간 소수지분 매각 말고는 민영화를 위해 한 발짝도 떼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나름의 성과였습니다. 신 전 위원장의 공이었고, 그도 그제야 웃을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리은행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우리금융의 지주체제가 해체됐기 때문인데요. 우리은행 스스로 "팔·다리가 잘려나갔다"고 말합니다.

몸집은 가벼워졌지만 우리은행은 여전히 팔리지 않았는데요. 2014년 4차 매각 역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반면 다른 금융그룹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우량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려고 NH농협금융과 KB금융이 달려들었고, KB금융은 이보다 규모가 작은 현대증권을 1조원 넘는 돈을 주고 샀습니다. 
경쟁 금융지주사들은 최근까지도 증권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을 강화하고자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NH금융까지 모두 금융지주체제입니다. 복합금융과 서비스가 대세가 됐고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은행 입장에선 혈혈단신이자 팔·다리가 잘린 채로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은행 안팎에선 신 전 위원장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이 들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용케 버텨왔죠. 비용을 줄이고 저금리 기조에 대출자산을 늘려서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는 우리은행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가치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이 "우리은행 매각은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해결하기 어려워진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더 절실했을 겁니다. 그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로 민영화와 같이 할 운명이었으니 더욱 그렇겠죠. 

이번엔 우리은행의 매각 성공을 낙관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뜻대로만 된다면 10년 이상 우리은행을 옥죈 예금보험공사의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에서도 풀려납니다.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 밑그림 또한 이광구 행장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매각 추진으로 차기 행장 선임 일정은 늦춰졌습니다. 과점주주들의 추천으로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와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차기 행장을 뽑게 되는데요. 내년 3월 정도로 예상합니다. 

매각에 성공하면 그동안 해외 IR 등을 통해 잠재 투자자 수요 확보에 적극 나섰고, 이 과정에서 실적 개선과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이 행장의 성과 역시 과점주주로부터 인정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요.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점 등 여러 가지 투자 요인이 있겠지만 현 경영진에 대한 판단도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과오가 없는 한 굳이 CEO를 바꾸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점주주체제라는 새로운 은행 지배구조 역시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입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과점주주들이 견제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정부의 입김이 줄어들고, 정부(21%)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닌 보팅 프리미엄을 갖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정권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민영화입니다. 임종룡 위원장과 이광구 행장 그리고 우리은행 모두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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