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우투증권, 농협 품으로…"이제 승부처는 증권"

  • 2013.12.24(화) 19:44

고배 마신 KB금융도 동양·현대증권 인수 사활걸듯
은행과 증권 시너지 창출이 금융그룹 경쟁력 좌우

NH농협금융지주가 사실상 우리투자증권을 접수하면서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그룹 전반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물을 먹은 KB금융 역시 매물로 나와 있는 현대증권이나 동양증권, 아직은 가시권은 아니지만 KDB대우증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그러면 주요 금융그룹이 모두 중대형 증권사를 하나씩 확보하게 된다.

은행과 증권업 모두 기존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의 경쟁력이 갈릴 전망이다.

 

◇ 우리투자증권, NH농협 품으로

 

우리금융그룹은 24일 사외이사 간담회를 열고 진통 끝에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4개 계열사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으로 NH농협금융을 선정했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을 묶어서 파는 ‘1+3 방식’의 패키지 매각에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파인스트리트가 결국 조달자금의 증빙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KB금융그룹을 따돌리고 우리투자증권을 따냈다.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개별 입찰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지만, 우리금융이 애초 패키지 매각 원칙을 고수한 탓에 고배를 마셨다. 금융권에선 최근 KB금융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비리사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우리투자증권 매각 과정에선 패키지 매각이냐 개별 매각이냐가 가장 큰 관건으로 떠올랐다.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장부상 가치가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만 따로 매각하면 오히려 더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우리금융은 민영화의 원칙에 더 충실하면서 패키지 매각을 선택했다. 이번에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팔지 못하면 민영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매각 도중에 원칙을 바꿀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패키지 매각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의 소지도 남겼다.

◇ 증권업 이어 금융그룹 판도 변화 예고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와 함께 단숨에 증권업계 최강자로 떠올랐다. 기존 NH농협증권과 합하면 자산규모가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2위권인 대우증권과도 5조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자기자본 역시 4조 원대로 올라서면서 대우증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기업대출과 헤지펀드 등 새로운 금융투자업무를 할 수 있고, 지점 숫자도 140개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NH농협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NH농협은행은 전국적으로 1170개가 넘는 지점을 확보하고 있어 은행과 증권부문에서 다양한 통합 마케팅이 가능하다. 그러면 은행에 절대적으로 치우친 수익원 다변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그룹 간 새로운 승부도 예상된다.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KB금융을 제외한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모두 중대형 증권사를 확보하게 된다. KB금융도 동양증권이나 현대증권 또는 대우증권 인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산과 자기자본 규모 모두 3~4위권에 올라있는 현대증권이 좋은 매물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금융그룹간 시너지 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산업 모두 기존 수익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금융그룹마다 최대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어차피 은행업의 대출성장이 어려운 상황이고 금리하락과 지속적인 마진규제로 순이자마진(NIM)의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면서 "결국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수익모델의 강화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국내 최대 카드사였던 옛 LG카드를 인수하면서 그룹 포트폴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증권사 인수•합병(M&A)의 향배에 따라 금융그룹의 경쟁력도 크게 갈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