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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르다" 우리은행 흥행 포인트는

  • 2016.09.20(화) 10:21

특혜시비 부담 던 임종룡 위원장 직접 세일즈
경영권, 재무적 투자자 모두 적절한 당근 제시

"오는 23일 우리은행 인수의향서(LOI) 제출시한 중에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고려해달라"(9월 임종룡 금융위원장 정례기자간담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자율성 보장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직접 우리은행 세일즈에 나섰다. 그동안 간접적으로 민영화 성공 의지를 내비치긴 했지만,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라할 만큼 노골적이었다.

그만큼 정부도 부담을 덜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택하면서 경영권 매각으로 인한 특혜시비나 책임론 등에선 한결 가벼워졌다.

정부의 의지와 호소가 통한 것일까. 사흘 앞으로 다가온 오는 23일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과거 우리은행 매각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검토 의사를 내비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분을 4~8% 쪼개서 팔기 때문에 원래 경영권을 인수하고 싶었던 쪽이나 단순히 투자수익을 노리는 쪽 모두 크게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흥행 포인트다. 

다만 실질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지금의 예상이 장밋빛 전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자율경영 보장이라는 정부의 의지와 약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 경영권 원하는 투자자에 사외이사 '당근'

한화생명과 한국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우리은행 지분인수 검토를 공식화했고, 교보생명 역시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중앙회, 혹은 MBK파트너스나 칼라일, 어피니티, 베어링PE 등 국내외 사모펀드 등도 거론된다.

이들 중 교보생명과 한국금융지주는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투자자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4년말 우리은행 4차 매각 당시에도 막판까지 참여여부를 고심한 바 있다. 

물론 이번엔 과점주주 방식이어서 새로운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당시엔 보험과 은행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가기 위해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뒀다"며 "이번엔 매각방식이 바뀌어서 다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4% 이상 인수하는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는 점은 긍정적이다. 은행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특히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신중한 의사결정 성향을 볼 때 일단 경영에 한 발을 들여놓은 이후 추가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과거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검토한 바 있다. 내년 출범할 인터넷 전문은행 '한국카카오뱅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등 은행업에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 한국금융지주는 증권계 지주회사에서 은행계로 전환하게 된다.

한국금융은 우리은행 지분 인수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궁극적으론 추가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유니버셜뱅크도 꾀할 수 있게 된다.

◇ 앞으로 추가 지분 인수 가능성도 열어놔


이들 금융회사가 금융주력자라는 점에서 정부 역시 쌍수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그룹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4년말 교보생명이 정부내 회의적인 시각에 끝내 입찰을 포기했던 때와는 달라졌다. 당시 정부는 '오너 있는 기업'을 의식했고, 특혜 시비를 걱정했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이런 정부의 걱정을 덜어줬고, 인수전 참여를 권유할 수도 있게 됐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지분 최대 8%를 인수하는 경우 6056억원(우리은행 19일 종가 1만1200원 기준)을 투자해 은행 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경영권을 인수(30%)하려면 프리미엄을 빼도 2조2713억원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향후 다른 과점 투자자들의 지분 매각제한 기간(6개월~1년)이 풀리면 이들의 지분 추가 인수도 노려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오너 있는 은행'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시각 변화에 따라선 이번 매각 이후 남은 예금보험공사 지분 21%에 대한 추가 인수의 길도 열려 있다.

물론 이는 경영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들 금융회사의 주판알 튕기기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 한화생명 등은 흑기사..사모펀드엔 비상무이사 추천권

반면 한화생명은 이들 중 유일하게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다. 경영권을 인수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한화
생명은 예보가 여전히 지분 15.25%를 가진 3대 주주여서 지분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쪽 모두 큰 부담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화생명은 과점주주로서 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나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 배당이나 추가 주가 상승에 대한 재무 성과를 노릴만 하다. 

국내 사모펀드 중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 2011년 2차 우리금융 경영권 매각에 참여했지만 단독입찰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중단된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통상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올려 되파는 식으로 인수·합병(M&A)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번 매각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다.

▲ 금융위 보도자료

다만 정부는 4%이상 지분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면서 '비상무이사' 추천도 가능하도록 열어뒀다. 이것이 이런 사모펀드의 M&A 형태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이사회 멤버다. 사외이사는 법적으로 결격 사유 등을 명시해놨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지만 비상무이사는 그렇지 않다. 투자회사의 임직원을 비상무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은행 매각에 정통한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일부 사모펀드의 경우 직접 경영에 참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는 성향이 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보다는 비상무이사를 선호한다"면서 "비상무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해 사모펀드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태핑 과정에서 비상무이사 추천권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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