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는 선거가 급박하게 치러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정부 부처 개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없을 뿐더러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 후보들은 대대적인 정부 부처 개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물리적으로 부처 개편이라는 민감할 수 있는 논의를 할 시간적인 여유도 충분하지 않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체제를 뜯어고치는 개편안 논의가 쏙 들어간 것도 '조기 대선'의 영향이 크다.
후보들은 대신 현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외청인 중소기업청을 확대 개편하겠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벤처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성장론'과 일맥상통한다. 이에 따라 대선 직후 경제 부처 중에선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하는 선에서 개편을 추진하고 향후 국회 등에서 추가 개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 중소기업청 '부'로 승격
정부부처 개편과 관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현재의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하는 '최소한'의 개편만 하겠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벤처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공통된 공약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다른 부처 개편안과는 다르게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 아니어서 비교적 손대기가 수월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문 후보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신설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전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창업국가론을 공약 전면에 내세운 안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의 공약에서는 중소기업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그는 창업 지원을 이끌 국가 컨트롤타워로서 창업중소기업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른 후보들도 이 공약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이름만 다르게 제시할 뿐 기존 중기청을 부로 승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 거시·금융 정책…집권 후 개편
거시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관련 부처 개편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정권교체 때마다 개편을 논의했던 '단골' 분야이긴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첨예해 매번 합의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캠프 모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명확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 유일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부처 수장들. |
다만 정권교체 뒤 논의가 이뤄질 여지는 남아 있다. 문 후보 측의 경우 실제 정권 초기 개편 이후 내년쯤 2단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예산, 재정기획 등 담당)와 재정경제부(세제, 경제정책, 금융정책 등 담당)로 쪼개는 방안과 금융위원회를 없애고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하는 방안, 금융위원회를 금융부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당과 캠프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다.
안 후보 역시 이번 대선에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편은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선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는 금감원에 맡긴다는 것으로 더불어민주당 구상과 큰 차이가 없다.
◇ ICT·과학기술…분리냐 유지냐
이번 대선에서 중소·벤처기업 분야와 더불어 주목받는 경제 분야는 바로 '4차 산업혁명' 영역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를 융합하겠다며 만든 미래창조과학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심사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이에 대해서는 공약 등을 통해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는 않았다.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 부흥을 강조하는 문 후보의 경우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를 공약했을 뿐 미래부 기능 조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문 후보 쪽은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를 분리해 각각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은 대대적인 정부 조직 개편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미래부의 기능을 조정하지 않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CT와 과학기술을 함께 다루는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미래부가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인 부처인 만큼 부처 이름만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