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사외이사 추천 요구가 확산할지 주목된다. KB금융지주 산하 국민은행 등 6개 계열사 노동조합 협의회가 주주제안 방식을 통해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추진한다.
그동안 일부 은행 노조에서 이같은 요구를 하기도 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 도입을 포함하면서 이런 노조의 주장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인만큼 금융지주사나 은행 입장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여전히 노조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경영투명성 강화나 낙하산 인사를 견제하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 KB노조, 회장 임기 맞춰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11월 예정된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발의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요구할 예정이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다.
노조가 우리사주조합 등으로부터 위임장(3%)을 받아 주주제안(상법 363조)을 하면 이사회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주주총회에 안건을 부의해야 한다.
KB금융은 오는 11월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은행장의 임기가 끝나는데, 내달 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주주제안 발의에 대해 노조 측은 '낙하산 후보를 막고 대표이사(회장)의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 혹은 유착 등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KB는 MB 정부에서 어윤대 회장, 박근혜 정부에선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등 낙하산 인사들과 사외이사들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윤 회장은 취임 직후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파격 시도했다. 실제 이병남 사외이사(LG인화원 사장)는 당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현재 공정거래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가 됐다. 박재하, 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 등 총 3명의 사외이사가 주주 추천 방식으로 사외이사에 올랐다.
우리은행 노동조합도 과점주주 민영화 이후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의 주식비율은 7월말 기준으로 5.29%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5곳의 과점주주로부터 사외이사를 추천받아 5명의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꾸렸다. 이들 과점주주의 지분율이 IMM PE(6%)를 빼곤 4%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사주의 사외이사 추천 요구가 무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나서서 사외이사를 하겠다는게 아니고 저명한 인사를 추천받아서 사외이사로 추천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 정부 잔여지분 매각 등의 이슈가 남아 있어 추이를 보면서 추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약될까 독될까, 자연스레 공론화될 듯
최근들어 노조에서 사외이사 추천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국정과제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언급된 만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이런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다. 당장 도입에 성과를 내긴 어렵더라도 점차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 등을 통해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란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부투명성을 강화하고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내부에서 어떤 결정들이 이뤄지는지 감시함으로써 간접적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노조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미 거수기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시각도 나온다. 실제 KB금융의 경우 이병남 사외이사나 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 등은 이사회에서 반대의사를 내는 등 적극적인 의사표명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KB금융 이사회에 뜬 '노(No)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