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에서 대출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의 '커트 라인'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7등급 수준이라면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1분기 들어서는 7등급도 대출이 쉽지 않게 됐다.
저축은행중앙회 신용대출 상품 공시를 분석한 결과 4월말 기준 저축은행이 7~10등급 고객에 내준 신용대출 비중은 18.44%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24.81%에 비해 6.3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이 5~8등급 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5~7등급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7등급도 대출이 쉽지 않고 8등급은 더욱 어려워졌다"며 "신용대출의 커트라인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대출 신용등급 커트라인이 높아진 것은 정부 규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저축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통상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고객의 경우 부실률이 높아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정부가 고금리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를 종전 27.9%에서 24%로 낮췄다. 금융당국은 또 향후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 대비 대출비율을 규제할때 금리가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에는 가중치를 부여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자 10명중 3명은 부실이 난다고 보면된다. 부실률이 높은 만큼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20%가 넘는 대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저축은행들도 고금리 대출 취급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대출에 대한 규제가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 계층에게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정책 영향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종전 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을 적극 취급함에 따라 주 고객층이 4~6등급의 중신용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한 상황에서 저축은행도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의 신용등급도 중신용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흐름은 대부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금리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대부업체도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결국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많아지고 이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다. 고금리 규제의 어두운 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알고 있어 이같은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며 "고금리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도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절 당한 경우 불법 사금융시장 이용은 자제하고 정책금융기관에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회장은 "제2금융권 등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더욱 힘들어진다"며 "자신에게 정말 자금이 필요하다면 서민금융진흥원 등을 통해 상담을 받고 정책금융상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