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에 8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몰렸지만 투자잔액의 절반 가까이가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형 DLS는 금융업계가 금융투자상품의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내놓았고 출시 직후에는 금융사들이 이를 중위험 상품으로 구분해 판매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일부 상품의 기초자산 가치가 하락,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 DLS, 2017년 등장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형 DLS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선보였다.
금융투자업계의 대표적인 금융투자상품은 환율, 채권, 금리와 함께 원유와 같은 원자재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와 국내외 주식시장과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상품이다.
2017년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이 해외 주요국 금리와 연계한 DLS를 내놓자 이를 참고해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상품을 개발, 시장에 선보였다. 금융투자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5~2016년 중국 상하이 증시가 폭락하면서 ELS의 수익률이 저조해졌고 이에 따라 금융투자상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미 금리를 주요 자산으로 하는 DLS는 DLS발행액 중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 돼 있었다"며 "다만 당시 굵직굵직한 해외 IB가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형 DLS를 내놓자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이를 그대로 들여와 판매했다가 이후 자체 상품을 개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형 DLS는 말 그대로 해외 주요국의 채권의 금리나 화폐 거래때 이자율 스왑 조건에 따른 금리 변동을 기초 자산으로 한다.
이번에 판매된 영국‧미국 CMS 금리연계 상품의 기초자산 중 하나인 달러 CMS 5년 금리는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3개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통해 산출한다.
ELS가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ELS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대부분의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형 DLS의 경우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으로 나눠 가입이 가능한 ELS와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즉 기초자산이 계약 약정 시 베리어(원금손실 발생가능 조건)까지 가격이 변동한다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손실가능성이 점쳐지는 두 상품은 영국·미국 CMS(Constant Maturity Swap, 이자율 스와프) 금리와 독일국채 10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두 상품은 DLS와 DLF(해당 DL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총 6개 금융사가 8224억원 규모를 판매했는데, 현재 금리 상태가 유지될 경우 4558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됐다.
◇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팔렸나
이번에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DLS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해당 상품을 설계해 발행했다.
먼저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형 상품은 미국 달러 CMS 5년 금리와 영국 파운드화 CMS 7년 금리 두가지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각각의 금리는 ICE(Intercontinental Exchange)가 고시한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DLS는 독일국채 10년물 채권의 만기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 두 상품은 금융사에 따라 DLF, 사모DLS 방식으로 각각 팔렸다. 규모는 7일 기준 8224억원 가량이다.
이 중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7888억원, 95%를 판매했다. 이 외에는 ▲KB국민은행 262억원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대우증권 13억원 ▲NH투자증권 11억원 등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DLF를 판매했다. 이 DLF는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에서 만들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들 운용사가 만든 DLF를 PB 창구 등을 통해 판매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도 DLF를 판매했지만, 리버스(기초자산의 가치가 상승이 아닌 하락 시 수익이 나는 구조)로 이를 판매해 손실이 나지 않았다. 이 외 증권사의 경우 사모 DLS의 형태로 판매했다.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기초자산 별 DLF의 손익구조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형 DLF의 경우 조기상환 혹은 만기상환 요건에 따라 손익구조가 갈린다.
조기 상환할 경우 매 3개월 마다 두 기초자산의 종가가 최초 계약시 기준가격의 95%(3개월), 85%(6개월), 75%(9개월)이상인 경우 연 3.5%의 수익률을 준다.
통상 12개월 만기상환 요건일 경우 두 기초자산의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55% 이상인 경우 3.5%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형태다.
다만 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0%에 도달하게 되면 원금이 전액 손실된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DLS를 기초로 하는 DLF의 경우 만기 6개월 상품으로 대부분 판매됐다. 이 상품은 독일국채 10년물의 금리가 -0.25%이상인 경우 원금과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 상품역시 원금보장형 상품이 아니기 원금손실 베리어가 존재한다. 원금손실 베리어는 -0.25%설정됐으며 이 미만으로 하락하게 되면 하회폭에 손실배수 250을 곱한 만큼 원금이 손실된다.
예를 들면 만기일 금리가 -0.26%라면 하회폭 0.01%포인트에 손실배수 250을 곱해 원금의 2.5%가 손실되는 방식이다. 이에 -0.25%보다 0.4%포인트 이상 하회하게 되면 원금 모두를 잃게 된다.
은행 한 PB는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인 상품구조는 비슷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상품은 기초자산의 가치가 베리어에 접근함에 따라 원금손실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라며 "DLS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