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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첨병들]잘 나가던 보험사 직원이 사표 낸 까닭

  • 2020.10.07(수) 10:29

권상민 마이크로프로텍트 대표 인터뷰
인공지능 앞세워 보험시장 판도 변화 꾀해
"알려지지 않은 보험 발굴…해외도 공략"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짱이 됐다고 치자. 뱃살도 빠지고 혈압도 좋아져 발병 확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험료는 내려가지 않는다. 보험회사가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해 보험료를 낮춰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다.

연령과 성별이 같은 두 사람이 같은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똑같은 보험료가 책정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 사람의 주변 환경이 전혀 다르다고 하더라도 외적 여건이 같으면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정도 역시 같다고 간주한다.

모든 사람들이 보험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언젠가 개선돼야 할 문제지만 보험사는 대안 제시에 소극적이었다. 모두가 쉬쉬하던 가운데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을 들고나온 사람이 등장했다. 권상민 마이크로프로텍트 대표다.

지난 5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위워크 빌딩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 이날은 마이크로프로텍트의 이삿날이었다. 지난달 KB스타터스 기업으로 선정돼 위워크 사무실로 옮겼다. 직원 대여섯명이 12평 규모 사무실에 짐을 풀었다.

권 대표는 "아직 갈길이 멀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보험 혜택을 누리게 하고 싶어 창업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2년 내 라이선스를 취득해 그간 업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틈새 영역을 집중적으로 노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 5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위워크 사무실(KB이노베이션허브)에서 만난 권상민 마이크로프로텍트 대표는 보험업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틈새 영역을 공략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프로텍트는 지난해 1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향후 2년 내 보험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 AI에 주목한 까닭…위기이자 기회

권 대표가 주목한 것은 AI 기술이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장면을 보고 난 직후 보험업계 판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AI를 보험업계에 도입하면 극도로 개인화된 보험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보험업계를 떠나려고 했다. 그간 계리사로 일해왔던 터라 AI가 도입되면 업무의 토대가 흔들릴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밥 장사부터 증권브로커까지 머릿속에선 안 해본 일이 없다. 7개월 동안 거의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100여권의 책을 탐독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돌고돌아 결국 보험업. 그해 5월 평일 저녁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책을 읽던 그는 창업을 다짐했다.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변화를 주도하겠노라 마음 먹었다.

가족들은 멀쩡한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권 대표를 이해하지 못했다. 삼성화재 계리사라는 명함은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 사내에서 특강 강사로 나설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고민이 깊었던 만큼 창업에 대한 의지 역시 확고했다.

보험업계 안팎의 동업자 8명과 뜻을 모았고 경력 20년 개발자도 영입했다. 그렇게 지난해 1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마이크로프로텍트를 세웠다. 회사의 목표는 간결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보험 혜택을 누리게 하자.'

◇ 할일은 많다…미니 보험사도 추진

일반적인 보험상품은 일정기간 동안 보험료를 몰아서 내도록 설계돼있다. 만기까지 균일하게 내는 방식이 아니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100세가 될 때까지 60년 동안 보험에 가입하면 60년에 걸쳐 보험료를 나눠 내는 게 아니라, 처음 20년 동안 보험료를 몰아서 내게 한다.

그동안 보험회사가 자산을 모으기 위해 취한 방법이지만, 가입자 입장에선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다. 매년 200조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면서 동시에 26조원 이상을 해약하고 돌려받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보험상품의 만기를 정확하게 계산하면 부담을 낮출 수 있어요. 그러려면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계리사 작업에 기댈 게 아니라 AI를 도입해 최적 보험료를 산출하는 것이죠. 인(人)보험 역시 필요한 만큼만 내고 보장받게 하는 겁니다"

현재는 보험업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직접 보험상품을 만들지는 못한다. 자본금 10억원으로 '미니보험사'를 차릴 수 있게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기존 보험회사 제휴를 통해 AI 솔루션 기반의 상품을 선보이려고 한다. 최근에는 KB손해보험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이달 말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보험 만기를 줄여 소비자의 부담을 대폭 줄인 게 특징이다.

마이크로프로텍트는 KB금융지주가 지원하는 KB스타터스 기업으로 선정돼 강남구 위워크 입주자격을 얻었다. 권 대표를 찾은 지난 5일 오후 마이크로프로텍트 임직원들은 12평 남짓 위워크 사무실에 짐을 풀고 있었다. 권 대표는 "모두가 필요한 만큼 부담없이 보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 독일에서의 실험…인도에선 페북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쾰른에 판매 대리점을 세우고 인력을 파견했다. 보험사 20여곳과 제휴를 맺고 보험상품을 현지 거주 한국인에게 주로 판매한다.

반응이 좋았다. 올해 8월 첫 상품을 내놓자 상담이 몰렸다. 판매량도 기대를 웃돌았다. 권 대표는 "내년에는 보험회사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일 시장은 실험실과 같다. 현재 마이크로프로텍트는 P2P업체 피플펀드와 보험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채무자의 파산위험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인데, 국내 보험회사 중 이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독일 보험회사와 일하고 있다. 상품이 출시되면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그간 보험회사들이 전혀 보지 못했던 영역이 엄청나게 많아요. 우리나라 모든 스타트업은 보험을 도입하고 싶을텐데 마땅한 상품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역외보험 시장도 감안하고 해외 사업을 시작한 측면도 있고요"

인도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판매 채널로 삼아 보험상품 판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마이크로프로텍트의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지원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돼 앞으로 총 7억여원을 투자받게 됐다. 공공기관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 가기로 했던 길을 열심히 가고 있어요. 우선 잘하는 영역에서 성과를 내면서 혁신상품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목표로 삼은 모습을 100점이라고 한다면 아직 10점에도 한참 못 왔어요. 우리의 가치는 점점 뚜렷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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