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다친 현역병이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의료비를 보장하는 '병사 단체 실손의료보험(이하 병사 실손보험)' 도입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보험업계 입장 차가 좁혀지지 못하는 데는 돈 문제가 지목된다. 정부가 책정한 병사 실손보험 보험료 재원(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보험사들이 입찰을 꺼리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방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 보험사를 대상으로 병사 실손보험 3차 제안요청서를 발송했지만 유찰됐다. 입찰에 참여한 보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 본격적으로 도입 논의를 시작했으나 3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현재 현역병이 군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자비로 의료비를 내야 한다. 직업군인의 경우 국방부의 단체보험을 통해 민간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만 병사 대상의 민간 의료비 보장보험은 없다. 개인 실손보험이 없다면 치료비 부담이 상당하다. 보험이 있더라도 현역병은 위험직군으로 분류돼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한다. 국방부가 병사 실손보험을 추진한 배경이다.
문제는 병사 실손보험 보험료로 편성된 예산이다. 국방부와 기재부는 1차 입찰부터 153억원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은 인수 시 손실규모가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2018년 기준 군 의료기관에서 치료 가능한 경우에도 현역병이 자발적으로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함에 따른 본인부담금은 312억원으로 조사됐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국방부와 기재부가 가져온 예산은 실제 현역병 본인부담금의 절반 수준"이라며 "일반인 실손보험도 적자 상태다. 더 인수할 여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 역시 "이미 작년부터 병사 실손보험에 대한 논의를 중단했다"라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국방부와 기재부의 생각은 다르다. 모든 현역병이 개인 실손보험을 중단하고 병사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00% 전환을 예상하고 예산을 잡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세금을 일방적으로 보험사 배 불리기에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험사, 국방부, 기재부 3자가 올해 안에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실손보험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산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병사 실손보험이 애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될 우려도 적지 않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병사 실손보험이 실제 도입되려면 예산에 맞게 보장수준을 확 줄이거나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현역병의 민간 의료기관 이용 지원을 목적으로 제도를 도입했다고 홍보했던 것과 달리 보험혜택 지원 대상이 협소해졌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당초 계획과 달리 국방부는 현역병 본인 부담금을 높이고 교육훈련, 업무수행 등에서 질병이나 상해를 얻는 경우에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도입 전 부터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되고 있다"며 "병사들이 되레 피해를 보지 않도록 취지에 맞게 병사 실손보험을 재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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