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보험금 규모에 따라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오르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도입시기와 맞물려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 30일까지 '3세대 실손보험 막차타기' 러시가 이어지면서다.
과거 질병 이력이 있거나 연령이 높은 경우 진단심사를 받아야 해 바로 가입이 어려운 데다 가뜩이나 전산이 몰리는 월말에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면서 전산이 마비되는 곳까지 나왔다.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기존 가입자들도 4세대 이전에 3세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커서다.
일부 회사의 경우 전산이 1시간가량 먹통이 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보험금 청구도 되지 않아 설계사를 비롯해 고객들까지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12~2시까지 계약이 완료돼야 3세대 실손 가입이 가능해 고객 문의가 폭주한데다 마감날(월말)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라고 전했다.
실제 대부분의 보험사는 6월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실손보험 가입 심사를 마감했다. 설계사를 통한 가입에 어려움을 겪은 가입자들이 바로 가입이 가능한 다이렉트(온라인) 채널로 몰리기도했다. 다만 기존 질병이력 등에 대해 확실히 고지하지 않을 경우 차후 보험사가 보험을 해지할 수 있어 제대로 보험에 가입된 게 맞는지에 대한 고객 혼란도 커졌다.
이는 4세대 실손보험이 기존과 비교해 비급여 혜택이 대폭 줄고, 보험금을 받은 만큼 보험료 할증이 예고돼 보험료가 오른다고 해도 1~2세대 가입자들의 유지 혜택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받지 않는 대다수 가입자는 기존보다 더 큰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비'하는 보험의 특성상 바뀌는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커서다.
일부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 신규 판매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이같은 인식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3세대 실손처럼 판매를 중단하는 회사들이 늘어 시장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보험업계와 당국은 부랴부랴 불 끄기에 나섰다.
판매를 중지하기로 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우 보유계약이 각각 14만건(0.5%), 9만건(0.3%)으로 낮아 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ABL생명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의 적은 판매량과 높은 손해율 등을 고려해 4세대 실손보험은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며 "단 기존 실손보험 가입 고객을 위한 전환용 4세대 실손보험은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신규로 4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받지는 않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을 원할 경우에는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기존 가입자들이 4세대로 전환하는 전환 실손을 7월부터 적용하며 생보사들은 7~8월에 걸쳐 차등 적용한다.
4세대 실손은 개선될까 …할인 몰아주기에 손실 우려도
일각에서는 실손보험과 관련해 정부의 과도한 개입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아닌 보험사에서 만드는 상품인데 상품구조부터 보험료 등 모든 부분을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한다"라며 "새롭게 개선된 실손보험을 내놓는다고 해도 문제점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이 크지 않을 것이 우려되자 당국이 기존 3세대 실손보다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각종 할인 혜택을 중복적용토록 하면서 손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을 경우 다음해 비급여 특약에 대한 5% 할인은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직전 2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받지 않았을 경우 차기 1년간 보험료 10%를 할인해주는 무사고 할인도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기존 1~2세대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때 3세대 실손보험 전환 유인을 위해 1~2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만큼 보험료를 9.8~9.9% 할인해준 이른바 '안정화 할인특약'도 4세대에 그대로 적용키로 했다.
보장내용이 각기 달라 세대를 분리한 실손보험을 이전 세대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만큼 이후 세대 가입자에게 할인 혜택으로 돌려준다는 얘기다. 가입자도 손해율도 달라 사실상 보험원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다. 더욱이 이 같은 안정화 할인특약 내용은 실손보험 약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 개선과 상품 존속을 위해 새로운 실손보험이 나오는 것인 만큼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라면서도 "다만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료가 실제 이전 가입자들과 비교해 적절하게 맞게 책정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비급여 보험금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은 반영되지만 5년간은 위험률 조정이 되지 않는다"라며 "4세대 실손의 실질적인 효과는 5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보사 기준 지난해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5%, 3세대 실손도 104.3%를 기록했다. 보험사는 지난해 실손보험으로 2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1분기에만 7000억원의 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