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만능통장'이라 불렸던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 위상이 초라해졌다. 주요 신규가입 대상인 청년층에게 내 집 마련 수단으로서의 활용도가 떨어진 것에 더해, 금리 매력도 시중은행 예금상품보다 낮아진 것이 원인이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청약통장 금리는 꿈쩍 않으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금리 상승기임에도 청약저축을 재원으로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만 가입자들에게 박한 이율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재감 사라진 청약통장
청약통장은 사회 초년생을 비롯한 젊은 층에게 가장 먼저 가입해야 할 통장으로 꼽혔다. 분양 시장에서 당첨을 노리는 게 가장 저렴한 내 집 마련 수단인 만큼 청약통장은 집을 사기 위한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청약가점 항목 중 하나여서 하루라도 빨리 청약통장에 가입해 납입하는 게 유리하다.
더구나 청약통장은 금리 매력도 컸다.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청약통장 금리도 빠르게 낮아졌지만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는 높았던 까닭이다. 청약통장 이자율 인하가 본격화한 2015년 당시만 해도 청약통장 금리는 연 2.5%였다. 이에 비해 시중은행 예‧적금금리는 1.25%에서 높아야 2% 초반으로 청약저축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약통장 금리와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역전됐다. 청약통장 금리는 2016년 8월 1.8%까지 낮아진 후 6년째 제자리다. 반면 은행 수신금리는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시중 금리와 함께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정기예금(2.15%)과 KB스타 정기예금(2.23%)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2.25%)과 광주은행 스마트모아드림 정기예금(2.57%) 등 청약통장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들이 상당수다. 토스뱅크의 경우 수시입출금식 통장에도 1억원까지 연 2%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통상 정기예금보다도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적금 형태지만 청약저축은 높아야 1%대 금리에 묶여 있다 보니 은행을 찾은 손님에게 신규 가입을 권하기가 조금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규 가입도 절반 '뚝'
이에 더해 분양 시장에서 청년층이 소외되면서 이들에게는 청약통장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이 청약 가점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까닭에 청년층들은 분양시장에서 당첨 확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청년층을 위한 특별공급(신혼부부‧생애최초‧1인가구 등)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청약 당첨 벽은 높다. 금리 매력을 활용한 재테크 수단으로도 매력이 떨어진 데 더해 내 집 마련 수단으로서의 기대치도 낮아진 것이다.
실제 청약 통장 신규 가입 개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 개수는 2848만1917개로 전년대비 3.4%(94만948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2월의 경우 전년보다 6.9%(177만1669개) 증가했는데 1년 새 늘어나는 속도가 반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과거보다 청약률 많이 떨어지는 등 활용도가 낮아진 상황이라 통장을 장기간 보유하면 시중은행 금리보다는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며 "시장 금리에 따라 청약통장 금리도 연동해서 변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갈수록 청약통장 인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