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 5% 안팎이던 시중은행 예금 최고 금리가 한 달 만에 3%대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수신(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 권고를 한 뒤 일제히 4%대로 낮아졌고 계속해서 하락세다. 반면 은행 주택댐보대출 금리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최고 8%를 넘기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대로 뚝 떨어진 예금 금리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대표 상품 최고 금리는 연 3.6~4.2%(단리 기준)로 집계됐다. 같은 상품들의 지난해 12월 취급 평균금리는 3.18~4.95%였다. 12월 고점의 최고 금리가 5%를 넘었던 걸 감안하면 많게는 1%포인트 가까이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이날 시중 은행의 예금 중에는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금리가 연 4.2%로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4.09%)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4.05%)도 4%대를 유지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의 'KB스타정기예금'(3.98%)은 4% 아래로 내려왔다. NH농협은행의 'e-금리우대 예금'은 전월 취급 금리가 3.18%였다가 현재 3.6%로 올라섰지만 5개 상품 중 가장 낮았다.
은행들은 지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분 반영과 함께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 금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자 예금 금리를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예금 금리 인상 자제 발언도 있었지만 은행채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해진 점도 예금금리 인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도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변동이 없었으나, 국내 자금 조달시장 상황이 다소간 안정되면서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11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예금금리 또한 시장금리 상황을 반영하여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금리는 언제 내려가나?
반면 대출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날 시중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84~8.11%로 집계됐다. 주담대는 2021년 금리 인상기 이후 지난 2일 처음으로 최고 8%를 넘겼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금리 인상 실태에 대한 점검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금리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도 했다
은행들은 속속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13일부터 우대금리를 추가 적용해 대출금리를 최대 0.9%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앞서 하나은행도 가산금리를 덜어내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지난 1일부터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의 대출 금리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신한은행 주담대 금리는 지난 5일 신규 코픽스 기준 5.15~6.2%에서 이날 4.84%~5.89%로 시중 은행 중 유일하게 하단이 4%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기존 대출에 연 6~7%대 금리를 적용받는 이들이 늘면서 다시 은행의 '이자장사'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대출금리 상승 폭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금융 당국이 대출 금리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상승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