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가 지난해 지주 설립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금리인상기에 핵심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일찌감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전략을 세운 영향이다. 업계 최고 순이자마진(NIM)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지표가 확실히 개선됐다.
하지만 고민거리도 분명해졌다. 리스크가 높은 차주들을 집중 공략한 탓에 핵심 계열사인 두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자랑스러운 NIM 뒤, 높아진 연체율
JB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60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전년과 비교해 18.6%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주설립 이후 역대 최대다.
JB금융지주가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양 날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금리인상 속에 이자를 끌어모아서다. 전북은행은 20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21년 1829억원보다 13.5% 실적을 끌어올렸다. 광주은행도 2582억원의 순익을 내며 재작년 1941억원에 비해 22% 늘렸다.
두 은행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자이익을 크게 늘렸다. 전북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5952억원으로 재작년보다 20.8% 늘었다. 광주은행 역시 재작년보다 19.4% 늘린 7702억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두 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중·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해왔다. 대출 자산 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많지 않지만 이자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북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3.04%, 광주은행은 2.9%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룹 전체의 NIM도 3.31%를 기록했다.
하지만 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고 리스크 대출차주에 대한 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도 기록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북은행의 연체율은 0.69%였다. 통상 시중은행이 0.2%수준에서 연체율을 관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다. 특히 가계 대출에서만 연체율이 1.04%로 집계됐다. 광주은행도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이 0.33%였다. 전북은행보다 나았지만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실 대비를 위해 쌓은 충당금도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시기보다 더 늘려야만 했다. 지난해 JB금융지주의 충당금 전입액 규모는 2674억원이다. 2020년 1949억원, 2021년 1368억원보다 크게 늘린 규모다.
JB우리캐피탈 선방…자산운용·VC는 후퇴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서는 JB우리캐피탈이 돋보였다. 조달금리 상승이라는 걸림돌 속에서도 순익 성장세를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JB우리캐피탈은 지난해 1785억원의 순익을 내며 1705억원을 벌었던 2021년보다 4.7% 실적을 늘렸다.
일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꾸준히 수요를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말 JB우리캐피탈의 총 여신 잔액은 7조4892억원으로 2021년말과 비교해 7.1% 늘었다.
하지만 조달 금리는 크게 뛰었다.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회사가 대출영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위한 자금을 다른 곳에서 조달해 와야 하는데 이 비용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 캐피탈사 조달금리는 재작년 4분기에는 1.94%였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6.5%까지 치솟았다.
주식시장 침체와 투자심리 축소로 인해 자산운용사와 벤처캐피탈은 순익이 뒷걸음질 쳤다.
JB자산운용은 지난해 44억4000만원의 순익을 냈다. 이는 전년도 63억3000만원과 비교해 29.9% 감소한 수준이다. J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32억6000만원의 순익을 달성했는데, 이는 2021년 67억6000만원과 비교해 51.8% 줄어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