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7일 "올 한 해 동안은 은행산업의 안정성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부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불건전 행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2023년도 은행 부문 금융감독업무설명회'에서다.
이번 업무설명회는 은행·은행지주회사 임직원 및 은행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이후 4년 만에 오프라인 형식으로 개최됐다.
김 부원장보는 "최근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례와 같이 해외로부터 발생한 불안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나가겠다"면서 "경제 상황 악화 시에도 은행이 자금 중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 대손준비금 도입 및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 기준 개선 등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부실채권 비율 및 연체율,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비율, 충당금 적립 비율,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에 문제 징후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김준환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자산 성장 과정에서 하락함에 따라 앞으로도 손실 흡수 능력을 지속해서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올해 대외적 불안 요인이 큰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잠재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해 은행의 자금 공급기능이 축소되지 않도록 규제 유연화 등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대형 은행 지주 및 은행의 자체 정상화 계획 운영을 내실화하고 그 이행 여부를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또 신용위험평가 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지표도 마련한다.
은행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건전성 감독도 강화된다. 최근 미국 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마저 위기에 봉착하며 은행권 건전성 문제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 예상 손실 전망 모형의 적정성 점검체계를 제도화하고, 충당금 적립 기준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은행별 보유 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테마별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해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을 미리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올해 감독 방향도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리스크 취약 요인을 중심으로 경영유의·개선 등을 통해 주의를 환기하고 업무 개선을 유도하는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 점검 등도 이뤄진다. 금감원은 은행의 리스크관리 적정성 및 불건전·불공정 영업행위 점검을 통해 금융소비자 피해도 사전 예방하기로 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올해는 "제재보다는 개선에 중심을 두고 은행 검사 방향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는 개인에 대한 제재를 많이 했지만, 앞으론 기관 중심의 제재를 실행할 것"이라며 "또한 제제보다 양해각서(MOU)나 확약서를 통해서 금융사가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이에 따라 기업과 가계의 자금 애로가 심화한 것과 관련해선 "불공정, 불건전 영업행위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