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은 공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장의 인사권을 챙기는 대신 영업력 등 합리적인 기준으로 은행장을 뽑겠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이를 통해 조직내 고질적인 갈등 요소로 꼽히는 한일, 상업은행 출신 파벌 다툼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 공백 관련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임 회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설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4명으로 압축된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에 대해서 '영업력'을 최우선시했다며 "회장이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리금융은 다음 주부터 60일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전에는 단순 회의를 통해서만 은행장을 뽑았다면 이번에는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 면접 등 4차례에 걸쳐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다.
롱리스트 후보로는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 영업부문장(부행장·58)과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58),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58), 조병규 우리 캐피탈 대표(57) 등 현직 인사로 이뤄졌다.
4명의 후보자는 현재 직무를 수행하면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평가를 받게 된다. 5월말께 자추위에서 신임 은행장이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 회장은 현직 계열사 대표가 차기 행장 후보에 포함되는 등 경영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후보들도) 본업으로 기본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특히 논란이 있던 두 후보에 대해선 "박 대표나 조 대표는 각각 개인 부분과 기업 부분 영업 대표였다"며 "영업력을 위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4명의 후보중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와 조병규 우리캐피탈 대표의 경우 이달초 신임 계열사 대표로 취임했던 만큼 이들이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행장 레이스에 뛰어든 것을 두고 그룹사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우리금융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파벌 문화에 대해서는 "인사를 투명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객관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과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대등 합병으로 탄생하면서 현재까지 출신 은행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한일, 상업은행 합병을 담당했었는데 그 당시 대단한 싸움이 있었다"면서 "20여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이 희석되고 통합 세대들이 올라오니까 점차 없어지겠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파벌 갈등이 남아있어 제가 외부에서 온 만큼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접근이 제일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