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영지원실입니다. 건강보험료 연말정산액이 이번 달 급여에 반영돼 공제될 예정입니다. 월별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도 인상되었으니 참고하세요."
직장인 K씨는 최근 회사 경영지원실로부터 공지 메시지를 받았다. 건강보험료를 연말정산해서 추가되는 보험료는 이번달 급여에서 더 떼어 갈 수 있으니 참고하라는 공지였다.
실제로 K씨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4월에 보험료 연말정산을 한다. 연초에 하는 근로소득세 연말정산과는 다른 건보료 연말정산이다. 정산된 추가납부액이나 환급액은 4월이나 5월 월급에 반영된다.
받을 땐 좋았던 인센티브, 건보료 폭탄 될 수도
그런데 K씨는 건보료 연말정산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납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추가납부액도 월급에서 떼가기 때문에 K씨가 실제 수령하게 되는 이번달 월급은 크게 줄어 든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일정한데 급여가 확 줄어드니 직장인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K씨의 건보료가 오른 이유는 단순하다. 지난해 소득이 전년대비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산출해서 매월 월급에서 떼 간다. 그리고 다음해 4월이 되면 실제소득을 반영해서 더 떼갔는지 덜 떼갔는지를 따지는 연말정산을 한다.
2021년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 건보료를 2022년 월급에서 매달 떼가고, 2023년 4월에는 실제 2022년 소득을 기준으로 2022년의 건보료를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2022년에 인센티브를 받았던 K씨는 연간소득 총액이 불어나면서 전년도인 2021년소득으로 떼였던 건보료보다 추가로 내야할 건보료 연말정산액이 크게 늘어났다.
K씨의 경우는 열심히 일한 덕에 지난해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는데, 이것이 건보료를 정산할 때에는 역효과를 낸 셈이다.
세율은 안 올라도 건보료율은 매년 오른다
하지만 K씨처럼 인센티브를 받지 않는 직장인도 건보료부담은 매년 증가한다.
연봉이 인상되지 않고 동결됐더라도 마찬가지다. 건보료를 계산하는 건보료율이 해마다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의 건보료율 변화를 보면 2017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조금씩 인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는 월급에 해당하는 보수월액에 이 보험료율을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보수월액이 늘지 않더라도 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보험료는 늘 수밖에 없다. 소득도 늘고 보험료율도 오르면 체감되는 건보료 인상폭은 더 커진다.
같은 월급에서 떼는 소득세의 세율의 경우 일부 고소득구간을 제외하고는 20년 넘게 변화가 없다. 세율과 건보료율만 비교하더라도 건보료는 충분히 세금보다 두려운 존재라 할 수 있는 셈이다.
더구나 직장인의 경우 건보료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다.
보수월액, 즉 월급이 줄어야 건보료도 줄어들겠지만, 보수월액에서 제외될 수 있는 소득은 식대와 같은 비과세소득뿐이다.
급여명세서상의 식대와 숙직비, 여비교통비, 벽지수당 등이 비과세소득인데, 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비중을 늘릴수도 없다.
따라서 연말정산에서 건보료를 환급받았다면 결코 기쁜 일이 아니다. 전년도보다 소득이 줄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봉이 삭감됐거나 전년도에 받았던 인센티브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해당된다. 물가상승에 따른 급여인상이나 인센티브까지 생각한다면 건보료 환급은 오히려 슬픈 일에 가깝다.
신유한 세무사는 "사업자는 경비처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건보료 산정소득금액의 유연성이 있는 편이지만, 직장인들은 비과세수당 외에는 건보료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비과세급여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면 모두 건보료 산정대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