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은행은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해 가장 먼저 거론된 방안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은행을 도입해 시중은행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SVB 파산 사태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1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선 SVB를 특화은행 예시로 들었지만 한 달 후 진행된 TF 2차 회의에선 특화은행 도입에 대해 "금융안정 등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최종 방안에서도 '특화은행 지속 확산'이라는 원론적 내용만 담았다. ▷관련기사:특화은행 도입 '급브레이크', 금융권 '설왕설래'(4월4일)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전문 특화은행 도전을 선언했다. 금융당국은 영업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은행권에선 특화은행 도입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상공인 전용 특화은행 등장할까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규모가 있는 금융사 등과 협력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재무 안정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인가 신청 시기와 방식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한국신용데이터, 소상공인 특화 은행 만든다(7월5일)
금융위원회는 은행 경영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중 특화은행 관련해선 '지속 확산'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는 수준에 그쳤다.
이미 신용카드업이나 저축·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 상호금융 등 다양한 특화은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만큼 특화은행 도입을 위한 새로운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특화은행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해선 일반 은행 인가요건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특화유형에 따른 인적·물적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심사하는 등의 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한다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현 시점에선 일반은행 인가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특화은행 인가를 신청하려면 자본금 1000억원,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지분율 4%이내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현재 컨소시엄 구성을 진행하고 있다.
특화은행 확산을 위해 인가 과정에서 탄력적 심사를 강조했던 만큼 사업계획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수신 업무 등을 포함한 일반 은행과 달리 특화된 사업 영역 계획과 이에 대한 심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화은행 도입을 위한 인가기준 완화 등은 아직 검토되거나 추진된 방안이 없어 현 은행법에 따른 인가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며 "특화은행은 사업 범위가 제한적인 만큼 사업계획서에서 특화 사업에 대한 설명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 넘어 경쟁력 갖출까
한국신용데이터는 은행업 인가를 받을 경우 시중은행들의 관심도가 낮은 소상공인 등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기존 금융사들에게 중저신용 개인사업자는 주요 고객이 아니어서 이들을 대산으로 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소상공인 대상 금융 서비스 강화를 위해선 소상공인 맞춤 금융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특화은행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소상공인 특화은행이 시중은행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소상공인에 특화된 신용평가모델을 갖추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것과 실제 여수신 등 금융 서비스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관계자는 "대출 위험관리 등을 위해선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신용평가와 대출 업무는 차이가 커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도 특화은행을 새로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저축은행 등을 활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 인가를 받으면 지급결제 시스템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문턱이 낮아져선 안 된다는 의미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인가를 받으면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어 너무 쉽게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선 안 된다"라며 "특화은행 도입과 관련해선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