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이 지방은행에서 벗어나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다. 금융당국은 5대 은행 과점 체제인 상황에서 대구은행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해 '메기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선택 배경을 두고 금융권에선 '설왕설래'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사들은 사실상 대구은행이 유일한 상황인 까닭이다. 여기에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궁여지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시중은행 문 연 금융위, 대구은행 유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방안 중 하나로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신규 은행 인가 등의 방안은 새로운 사업자 찾기가 쉽지 않은 반면 시중은행 전환은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금융위 역시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과 규모 등을 확대하는 것으로 단시일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같은 내용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지방은행중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거론됐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회장 간담회 이후 이는 공식화됐다.
일각에선 이같은 상황을 두고 대구은행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은행 가운데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곳은 대구은행이 유일한 까닭이다.
지방은행은 자본금 250억원 이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혹은 금융지주) 보유 지분율이 15%를 넘어서면 안 된다. 시중은행은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산업자본 은행 보유 지분율은 4%로 제한된다.
현재 국내 6개 지방은행(대구·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은행)은 모두 자본금 1000억원 이상으로 자본금 요건은 충족한다. 관건은 이들이 속한 금융지주의 대주주 지분율이다.
부산·경남은행이 속한 BNK금융그룹은 부산롯데호텔외 특수관계인(7개사)이 지분 11.14%를 보유하고 있다. 전북·광주은행의 JB금융그룹은 삼양사가 지분 14.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은산분리 요건(산업자본 지분율 제한)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 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산업자본인 대주주들의 지분율을 4%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본금과 은산분리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한 은행은 대구은행과 제주은행이다. 다만 제주은행이 속한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이 있는 만큼 제주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 대구은행을 염두에 두고 '시중은행 전환 적극 허용' 방안이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내놓은 방안에 적합한 곳이 대구은행 뿐인 만큼 초반에는 당국의 지원이 상당부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구은행도 이에 화답하며 수도권에 지점을 늘리는 등의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국구 도약…굳이?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현재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인 강원과 충청권에서 기존 시중은행들과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지방은행이 받고 있는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등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선순위채권은 약 0.04%포인트,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은 0.21~0.25%포인트 높은 금리로 조달하고 있다"며 "기업가치도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자금조달 조건이 이전보다 유리해지고, 금융수요가 많은 수도권 진출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게 대구은행측 설명이다. 여기에 전국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만큼 인재 확충과 브랜드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과거와 달리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가져오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우선 대구은행과 시중은행과의 자산 격차 등 규모 차이가 크다.
대구은행 자산은 약 74조원 수준인데 반해 시중은행은 4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점 수는 물론 분기에 벌어들이는 수익 규모 차이도 크다. 예대금리차 역시 현 상황에선 0.4~0.7%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대구은행이 강조하는 영업구역 확대의 경우 시중은행 전환없이도 지방은행은 수도권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대구은행은 거점인 대구에 지점(86개)이 가장 많지만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도 9개 지점이 있다.
특히 디지털 금융 전환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루면서 은행들도 점포(지점)를 줄이려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도권 거점 점포 등을 통한 영업망 확충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역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과 관련한 규제도 개선된 상태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소기업대출비율을 50%로 일원화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사안은 이달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신규 대출시 중기대출 비중은 지방은행 60%, 시중은행은 45%를 적용했다. 지방은행의 지역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역할 때문이다. 하지만 이 비율이 일원화되면서 시중은행과 균형이 맞춰졌다. ▷관련기사: 영업규제 해소…지방은행, 시중은행 견제 가능할까(6월5일)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완화와 디지털 금융 확산 등으로 과거와 달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차이가 크게 사라졌다"며 "지역재투자 평가 등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 전환으로 크게 달라질 부분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