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이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시중은행 인가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지 약 1년 만이다.
대구은행은 향후 3년간 영업점을 14개 신설하고 모바일 앱(App) 등 비대면채널 고도화, 외부플랫폼 제휴 확대 등으로 고객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이 전국 단위의 시중은행으로서 안착하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지방은행 꼬리표를 떼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리한 대출자산 확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대구은행이 모바일 앱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인 만큼 일각에선 모바일 앱 경쟁 확대를 통한 이용자 편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방은행 '꼬리표' 떼고 전국구 도약할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은행업 본인가를 신청(2월7일) 이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요건을 면밀히 검토했다. 지난 16일 금융위 9차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관련기사: 대구은행, 시중은행으로 재탄생…시중은행 인가 32년 만(5월16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한 것은 제한된 지역중심 영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업구역 제한을 벗어나 다수 고객이 분포한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 강원 등으로 영업을 확장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한다는 게 대구은행 계획이다.
관계형 금융 등 지방은행 장점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중은행 안착을 도모한다는 그림도 그렸다.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성공적 전환을 하려면 지방은행 꼬리표를 떼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디지털 금융 시대로 지점이 축소되고 모바일 앱을 통한 금융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금융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선 지점 등 전국 영업망이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은행은 향후 3년 동안 수도권과 강원, 충청 지역에 14개의 지점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 모바일 앱(App) 등 자체 비대면채널 고도화, 외부 플랫폼과 제휴 확대 등으로 고객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구은행은 사명도 'iM뱅크'(아이엠뱅크)로 바꾼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방은행 장점을 갖춘 새로운 은행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내세우고자 한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브랜드 위상 강화 등 은행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의 시중은행들은 인수·합병 등 재편을 거친 현재의 사명을 십수년 이상 사용했고, 소비자들의 실생활 속에 있는 지점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며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도 중요한 만큼 단기간에 지방은행 이미지를 벗고 소비자들에게 시중은행으로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체율 어쩌나' 자산건전성도 관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자금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후 DGB금융지주 증자를 통해 5년간 7000억원의 자본 확충 계획이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DGB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4000억원)과 회사채(2000억원) 발행, 유보이익 등을 활용해 자본을 조달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규모의 경제 달성과 조달비용 절감으로 전국 고객에게 더 좋은 금리와 한도를 제공하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 공급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그 동안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할 것"이라며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시중은행으로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통해 은행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금융시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위해 공격적인 대출 자산 증대에 나설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앞두고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는데, 이는 오히려 1분기 실적에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관련기사: 시중은행 전환 앞둔 DGB금융, 개인대출 늘리려다…(5월2일)
연체율 역시 0.64%로 전 분기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0.64%의 연체율은 시중은행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숫자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자산 증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며 "초반부터 여신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고 연체율 상승 등 자산건전성 악화를 야기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