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데다, 환율 안정과 국내외 성장률 전망 하향이 맞물리면서다. 금통위 외에도 조기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발표 등 굵직한 국내외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의 관심은 오는 29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 회의에 쏠린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해 현재 연 2.75%까지 낮췄다. 시장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6일 발표한 '2025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0.7%까지 낮췄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주요 배경이었던 환율도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1400원을 넘나들며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70~1390원대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부담도 한층 줄어들었다.
미 관세정책 충격이 본격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올 1분기 국내 성장률이 -0.2%로 역성장을 나타낸 것도 금리 인하 전망을 뒷받침한다. 분기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올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금리가 내려가 2.25%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발표된다. '국내외 여건 및 전망'과 '미 관세조치의 경제적 영향' 경제전망 보고서도 같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은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1.5%로 제시하고 있으나 미 관세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회복 지연을 감안할 때 성장률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정치 일정도 확인해야 한다. 오는 27일에는 대선을 사흘 앞두고 마지막 TV토론(3차)이 예정돼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따라 금통위 이후 경제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조기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추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나 재정지출 확대 기대가 형성될 경우 단기적으로 경기 우려가 일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가 열리는 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된다. 미 연준은 지난 7일(현지시각) FOMC에서 정책금리를 4.25~4.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를 느끼지 않고 인내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회의록을 통해 실제 연준 위원들이 진단한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판단, 금융시장 또는 실물경제 악화 시 개입 여력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 날(29일) 밤 나오는 미국 1분기 GDP 또한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과 정책 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