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각 초기 500억원대로 알려졌던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 규모가 3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고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나온 약 700억원의 횡령사고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 횡령 사고 검사 결과 본점 투자금융부 부장을 지낸 이모(50) 씨의 횡령 규모가 총 2988억원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금감원, 경남은행 562억원 횡령사고에 "PF 전수조사"(8월2일)
애초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은 사고자와 관련한 금융사고 정황을 4월초께 인지했다. 이어 7월께 시행한 자체 감사로 7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뒤늦게 보고받은 금감원이 7월 말 긴급 현장조사한 결과 횡령 규모는 562억원으로 파악됐다. 이후 금감원이 현재까지 추가 조사를 벌여 횡령 규모가 초기 조사 결과의 5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거짓 대출로 77차례 '꿀꺽'
금감원에 따르면 이 씨는 투자금융부에서 2007년부터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했다. 대리, 과장을 거쳐 책임자급인 부장까지 맡았다. 그러면서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 사업장에서 77회에 걸쳐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이 씨는 최초 횡령 이후 본인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담당하던 다른 PF 사업장 대출금과 원리금 상환자금을 반복적으로 횡령하는 수법을 썼다. 허위를 가리기 위해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을 쓴 것이다.
허위 대출 횡령액이 1023억원, 서류 위조 등을 통해 대출 원리금 상환 자금을 빼돌린 것이 196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다만 횡령이 돌려막기식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경남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595억원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는 PF 사업자가 대출을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거짓 대출 서류를 만들어 거액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씨 고교 동창인 증권사 직원 황 모 씨도 공모했다. 초기에는 주식투자로 돈을 불리려던 것이었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큰 손실을 본 뒤 횡령이 반복됐다.
그렇게 받은 대출금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 계좌 등에 이체했다. 정상적인 건설 시행사인 PF 사업자가 납입한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도 빼돌렸다. 횡령을 덮기 위해 다른 시행사 대출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이 씨는 횡령 자금을 골드바나 상품권을 구매하고 부동산 매입했다. 또 골프·피트니스 회원권을 구매하고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개인 아닌 조직 문제" 조목조목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는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금융사 조직 차원의 문제라 진단한 것이다.
BNK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자회사에 대한 위험관리와 업무실태 점검 소홀 등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통할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NK금융은 내부통제 관련 테마(서면)점검을 실시하면서도, 2014년 10월 경남은행의 지주 편입 이후 고위험 업무인 PF 대출 취급과 관리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한 사례가 없었다. 경남은행 ㅈ체검사에서도 현물 점검 외에 본점 사고예방 검사 실적이 전무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도 PF 대출 업무와 관련해 △대출금 지급 등 여신관리 △직무분리 등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가 전반적으로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여신관리 측면에서는 대출금 지급때 대출약정서에 명시된 정당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이 지급되도록 통제하는 절차조차 없었다. 대출 상환 업무처리 절차도 규정하지 않았으며, 대출 실행 또는 상환 때 해당 내용에 대한 차주 통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관리 측면에서는 사고자가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본인이 취급한 PF 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위험업무인데도 '명령휴가'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사후점검 측면에서는 부동산 PF를 감사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거나 감사를 실시하지 않아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본점 여신이란 이유로 거액임에도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금감원은 BNK금융과 경남은행이 감독 당국에 사고 보고를 지연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금감원은 "횡령 금액 사용처를 추가 확인하고 검사 결과 확인된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