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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잇단 횡령·배임…책무구조도 해결책 될까

  • 2024.06.13(목) 09:00

내달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임원 책무 명확히…"금융사고 예방에 초점"
"책무 준수여부 모호…직원 인식 변화 중요"

은행 내부직원의 횡령 사고가 또 다시 은행권을 뒤덮었다. 금융당국이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은행 자체적으로도 시스템 개선 등을 단행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금융사고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금융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권 시선이다.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가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하려면 임원 책무를 명확히하고 각 금융사에 맞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무구조도 도입 한 달 앞두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 내달 3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 핵심은 책무구조도다. 책무구조도에 포함돼야 할 책무의 구체적 내용과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시기, 임원과 대표이사 등 내부통제 관리의무 구체적인 내용 등을 법률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세부사항 규정을 담고 있다. ▷관련기사: 금융사 책무구조도 내달 시행…우리은행 100억 횡령사고 책임은?(6월11일)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으로 책무구조도 카드를 꺼냈다. 지배구조법에 의해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사고 발생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횡령 사고가 드러나면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강화 등을 주문했지만 최근 같은 은행에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이외에도 대구은행의 불법 계좌와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이 발생한 경남은행,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논란 뿐 아니라 올해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에서 직원들의 배임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동안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할지도 명확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금융위는 금융사 자체적으로 임원의 책임 영역을 확정토록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책무구조도에 의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를 충실히 하면 사고가 발생했어도 제재를 감면해주는 근거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책무구조도 도입 계획 발표 당시 금융위 설명이었다. 

재발방지 가능할까

책무구조도 도입 전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책무구조도가 향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임원들에게는 내부통제 마련 의무에 더해 '관리 의무'가 추가된다. 이를 통해 임원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더욱 충실히 수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다.

하지만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책무구조도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권 평가다. 내부통제 의무를 구체화해도 개별 기준 준수 여부가 모호하다는 점은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책무구조도를 도입해도 직원들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해)내부 절차가 지켜졌음에도 개인의 일탈로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시스템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인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책무구조도 이후에도)애초에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순 없지만 사고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등 내부통제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기본적으로 해답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사고를 막으려면 직원들의 인식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가 사고 예방 역할을 하기 위해선 내부통제 비용을 가늠하고 내부통제 합리적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사가 운영위험 요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토대로 책무 기술과 배분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CEO(최고경영자)의 총괄 관리 의무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제재보다 예방에 초점을 두려면 전사적 내부통제 비용을 파악하고 금융사별로 다를 수 있는 내부통제 체계의 적정 수준을 찾는데 책무구조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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