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금융업권 협회장을 뽑는 선임 경쟁이 막을 올렸다. 11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연합회장은 연봉이 7억원에 달하는 금융권 최고의 '고연봉' 직군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민과 관 양쪽의 거물급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올해 12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손해보험협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인선 경쟁 또한 치러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정부와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관 출신들이 경쟁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이냐, '반민반관'이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11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의 후임 찾기 절차에 착수했다. 은행연합회장은 정관상 1차례 연임이 가능하지만, 김 회장은 연임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1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개시했다.
그간 은행연합회장 자리는 관료 출신들이 꿰차 왔다. 은행 대표격인 기관 특성상 당국과 연결고리가 있는 '힘 있는' 인물이 소통 창구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은행연합회장을 지낸 13명중 관료 출신 회장은 9명으로, 민간 출신이 4명인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번에도 관료 출신 인물들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유력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최종구 법무법인 화우 특별고문(전 금융위원장), 정은보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전 금융감독원장) 등이다. 최 고문은 지난 2020년에도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중 한 명이다.
반면 이번에는 민간 출신 후보들도 하마평에 다수 오르는 분위기다. 오는 20일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에게 임기를 물려주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나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올해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수장들이 그 대상이다. 이밖에 허인 KB금융 부회장 및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다만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만큼 결국 정부와 접점이 있는 관료 출신 인물들이 표를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연합회 회추위는 은행연합회장과 4대 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11개 회원사 은행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로 꾸려져 있고, 구성원들은 1명씩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이에 관료와 민간 금융사를 모두 거친 후보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올해 1월 2일 임기를 마친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도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반민반관' 후보중 한 명이다.
다만 윤 전 행장은 지난해 5월 국조실장 낙마 여파를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윤 전 행장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청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다가 무산됐다. 당시 전 정권 출신 인물이라는 이유로 임명이 무산됐던 만큼 이번에도 여파를 지켜봐야 할 것이란 평가다 많다. 반면 현 정권에서 한 차례 임명이 거론됐던 만큼 이번에는 선임 가능성이 비교적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또한 이번 은행연합회 레이스 물망에 오른 인물 중 하나다. 조 전 행장은 지난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 금융사원지업 본부장을 맡는 등 현 정권과의 연결고리도 갖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민간 금융사에서도 쟁쟁한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면서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 탄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최근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어 은행권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해 줄 수 있는 관 출신 후보들에 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말 양대 보험협회장 인선도
은행연합회 후보군이 확정되면 양대 보험협회장 후보 윤곽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인선 결과에 따라 후보군에 들지 못한 인물들이 보험협회장 후보에 재차 포함되는 등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8일까지로, 손보협회 회장 후보는 생보협회장 인선이 정해지면 추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지원 손보협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22일까지다. 두 후보의 연임 도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당국과 소통이 중요한 보험산업의 특성상 이번 양대 보험협회장 후보군으로는 관료 출신들이 유력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의 후임으로는 성대규 신한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 임승태 KDB생명 대표, 윤진식 전 국회의원 등이 거론된다.
성 의장과 임 대표는 '반민반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성 의장은 제 33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재원과 기획재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등을 거친 이후 신한생명 대표와 신한라이프 대표를 역임하는 등 민관에서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임 대표는 제 23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무부 사무관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 지난 3월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윤 전 국회의원은 생보협회장 후보들 중 유일하게 보험업계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다만 과거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관료 출신인 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 알려져 있어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강점이다.
손보협회장의 경우 유광열 SGI서울보증보험 대표와 허경욱 전 주 OECD대사,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이 3파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는 행시 29기 출신으로,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에 들어선 이후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12월에는 SGI서울보증보험 대표에 내정되면서 민과 관 양쪽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았다.
허경욱 전 주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는 행정고시 22회 재무부 출신으로 재정경제부를 거쳐 IMF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하는 등 국제금융에서도 탄탄한 경력을 쌓아 온 인물로 꼽힌다.
이병래 부회장은 행시 32회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재무부 국제금융국, 증권국, 경제정책국에서 일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한 1999년 이후에는 금감위와 금융위원회에서 비은행과 보험감독 과장 등을 거쳤고, 제16대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제21대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등을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