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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문턱 낮은 곳' 찾아라 vs 막아라…복병 곳곳에

  • 2024.09.26(목) 09:19

꺾인 가계대출 증가세…대출모집인도 억제하며 '속도전'
공급은 옥죘지만 수요는 여전…금리까지 내려간다
제2금융권 풍선효과에 옥죄기 우회하는 대출차주도

은행들이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연하게 꺾이는 모양새다. 9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전월의 3분의 1토막이 났다.

은행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출모집인들이 수수료 수익을 이어나가기 위해 은행들의 대출 억제 대상에게도 수단을 우회하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끌어올릴 '복병'도 남아있다. 대출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어서 대출 제한에 참여하지 않은 금융기관으로의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대출을 억제하는 5대은행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일지 몰라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이어나갈 것이란 얘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가계대출 증가세 3분의 1토막…은행들 초강수 이어가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8월말과 비교해 약 3주(15영업일) 동안 2조70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대로 이달이 지나간다면 월별 증가액은 약 3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액이 9조6259억원 늘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 꺾인 데에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어왔던 주택담보대출 대상 차주를 제한한 영향이 컸다. 이들 은행들은 다주택자의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생활안정자금, 전세자금 등을 모두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도입하는 등 가계대출의 규제를 강화한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은행 관계자는 "8월의 경우 9월 추가 대출 규제 도입 이전이었던 데다가 은행들 역시 대출을 옥죌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나오면서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게 나타났다"라며 "대출 규제 도입 직전에 대출 수요가 쏠리는 것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9월의 경우에는 규제도입에 더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취급 대상 차주를 제한하면서 증가폭이 확연하게 줄었다"라며 "특히 우리나라에는 전세라는 독특한 주거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 조치가 주택구입자금 목적 뿐만 아니라 임차를 위한 전세대출 증가세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꺾이는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모습이다. 어제(25일)부터 일부 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대출모집인은 한 은행과 계약을 맺은 '외부인'이다. 이들은 대출 차주들에게 대출에 관한 제반사항을 제공하고 대출이 실행되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액의 일정 수준(최대 2%)을 수수료로 받는다. 특히 '건당' 취급액이 많은 주택담보대출이 이들에게는 핵심 수익원이다. 은행은 영업에 필요한 인력 등을 절약할 수 있어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온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취급을 중단하자 대출모집인들 역시 수익이 끊길 가능성이 생겼고 이에 대출 제한 정책을 우회하려는 시도가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모집인을 중심으로 하는 대출 역시 제한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에서 대출모집인들이 대출 성사를 위해 은행 차원에서 가계대출 억제책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견이 올라왔다"라며 "은행들의 현재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대출모집인 중심으로 하는 대출을 일시적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숨어있는 '복병'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이 '수요'를 죽인 것이 아니라 '공급'을 옥죈 것이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과 같은 흐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특히 그간 가계대출 증가세를 그나마 옥죄왔던 대출 금리마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한 데다가 연중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대출금리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선반영 된 모습도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3.36%, 잔액기준 코픽스는 3.67%, 신 잔액기준 코픽스는 3.14%를 기록했다. 모두 전월대비 하락했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코픽스가 내려갔다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대출 수요는 자연스레 대출규제가 약한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과 비교해 5000억원 가량 늘었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월별 증감액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8월이 올해 처음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도 최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담보대출의 경우 저축은행도 금리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대출차주들이 많이 찾고 있어 연중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월별 증가세가 1조원까지 늘어나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 등 임차인이 받는 대출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주요 은행들이 유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에 더해 미등기 주택 임차인 전세대출 등을 중단하자 중단하지 않은 은행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어서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임차인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지 않은 지방은행, 외국계은행이 해당 대출을 예전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만 전월세 대출에 대한 제한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한 여신부서 관계자는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토스뱅크의 경우 은행 별 가계대출 증감액이 목표치에 미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을 많이 내어줄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며 "실수요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들 은행들은 연중 추가 가계대출 옥죄기에 동참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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