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乙巳年)을 앞두고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높아진 은행 대출문턱이 낮아질지, 대출 규제는 어떻게 변화할지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은행 대출금리도 떨어질지 관심이다. 내년 대출 정책과 금리 전망 등 대출 수요자들의 관심 사안을 알아본다. [편집자]
지난 9월부터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급격히 높아졌다. 대출금리의 심리적 저항선 뿐 아니라 실수요자 기준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며 대출 받는 게 바늘구멍 만큼 좁아졌다.
원인은 급증하는 가계부채 탓이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과 함께 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만들어 운영했다.
대출을 받으려던 실수요자들은 해가 바뀌어 은행권 대출 목표가 초기화되면 다시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가고 특정 기간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변수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련 정책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 운영이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 올해와 다를까
시중은행이 8~9월을 기점으로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한 것은 금융당국의 주문과 함께 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경영목표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직접적인 페널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은행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관리목적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가계대출 공급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은 매년 초 그해 가계대출 경영 목표를 당국과 조율해 제출한다. 새해 공급 총량이 리셋되는 만큼 연초가 되면 대출 공급에 숨통이 트이는 게 사실이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다.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연간 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한다는 게 금융당국 방침이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라 가계대출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한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명목 GDP 성장률 내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겠다는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내년 가계대출 운영 전략은 보수적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따라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 기준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유주택자에는 주담대를 제한하고 전세대출 역시 요건이 까다롭다. 대출 갈아타기 문을 닫기도 했다.
최근 들어 비대면 신용대출과 주담대 판매 재개 등 일부 규제를 풀며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이전처럼 해가 바뀐 후 전면적으로 규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관련기사: 주요 은행, 가계대출 '문턱' 속속 낮춘다(12월19일)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기조에 따라 목표치를 맞춰 운영하려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가계대출 공급 계획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해가 바뀌면 목표치가 새로 적용되고 대출 규제도 일부 완화되겠지만 과거와 달리 속도조절이 필요해 연초에 대출 문턱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쏠림현상 방지는 어떻게
가계대출 공급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은행권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가계대출 수요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현상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다.
올 초만해도 가계대출은 공급보다 상환 규모가 더 커 전체 규모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고, 7~8월 대출 수요가 급격히 몰리면서 대출 공급이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은행권이 부랴부랴 관리 방안을 만들어 대출 문턱을 높였던 이유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출 쏠림 현상을 막고 연중 고른 규모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11일 진행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선 "내년에는 올해와 같이 특정 기간에 가계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분기별·월별 자금수요를 고려해 쏠림 없이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0일 부동산PF 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에는 올해처럼 시기별 쏠림이 과하제 않게 연중 평준화 하는 작업을 통해 관리할 예정"이라며 "해가 바뀌면 가계대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이고 이사철 등 계절적 수요가 있는 만큼 이 같은 요인을 고려해 안분해서 관리하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집값 상승률이 높아지는 시기에 주담대 수요가 급증하면 이때 취급한 대출은 리스크도 커질 수 있어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연중 균등한 수준으로 가계대출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대출 문턱을 낮추기 어려운 원인으로 꼽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 시기 쏠림을 막으려면 연중 목표 아래 분기별 공급 계획을 세우고 운영해야 한다"며 "하반기 적용한 실수요자 중심 가계대출 관리 방안 중 일부를 풀었을 때 대출 증가 숫자 등을 보면서 대출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규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